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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개돌개 Jul 16. 2024

D.P 안준호는 왜, 폐급 엘리트가 되어야 했나?

넷플리스 드라마 'D.P' 를 보고, 주인공 안준호에 대한 분석.

넷플릭스 드라마 'D.P'

군무 이탈 체포조(D.P.) 안준호와 한호열이 여전히 변한 게 없는 현실과 부조리에 끊임없이 부딪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1.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안준호

D.P의 주인공 안준호는 작중 융통성 없고 자기중심적이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정의로운 인물이다. 대열을 벗어나 혼자 걸어가는 단 한 명. 이것이 안준호가 주인공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자, 안준호를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연출적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적 인물은 주인공이 될 운명을 가지게 되며, 이러한 결핍은 흔히 대중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는 D.P라는,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은 안준호를 흔히 말하는 '폐급'으로 만든다. 왜일까, 왜 주인공 안준호는 폐급이 되어야 했나?


우선 자세한 캐릭터 분석에 들어가기 이전, 안준호라는 캐릭터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생각해보자. 신기할 정도로 정반대의 요소들이 대비된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고지식함, 자기중심적, 반항, 사회성 부족 ↔ 정의로움, 희생정신, 뛰어난 수행능력, 이타적 행동

위와 같은 단어의 대비가 의미하는 것을 무엇일까. 안준호가 자기 내부에서의 갈등을 겪고 있는 문제적 인물이자 입체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는 보통 관객들에게 인간적 갈등이자 보편적 문제로 느껴지며 관객의 공감과 애정을 받게 하는 요소이다. 즉, 주인공이 될 가능성을 가지게 되는 요소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주인공이 갈등을 통해 발전하고 변화하며 스스로 결론을 내리는 과정을 공감하고 함께하며 마지막 순간의 결정에 감동을 받게 된다. 이 때문에 주인공은 갈등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어야만 하게 된다. 안준호는 주인공으로서 충분히 적절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안준호는 누구보다 분명한 주인공이면서도 대중들의 평가가 눈에 띄게 나뉘는 특이한 케이스이다. 모두가 너와 같을 수는 없기에 나를 구해준 너의 행동에 고맙지 않다는 허기영 일병의 대사에서 안준호의 묘한 삐걱거림과, 그 삐걱거림으로 인해 그가 현실 군대에서는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폐급이라는 군필자들의 반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2. 안준호는 왜, 양립적 인물이 되었는가?

자기중심적

군대  생활에서의 안준호의 반항적인 스탠스는 군 내에 팽배한 권력주의와 태움에 대한 반항으로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너와 같을 수는 없기에 나를 구해준 너의 행동에 고맙지 않다는 허기영 일병의 대사에서 안준호의 묘한 삐걱거림과, 그 삐걱거림으로 인해 그가 현실 군대에서는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는 폐급이라는 군필자들의 반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의 자기중심적 면모는 D.P 시즌2 1화에서 김루리 일병이 수류탄으로 인질극을 하는 상황에서의 대화에서 확실해졌다.


안준호: 이러고 싶은게 아니잖아요.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이지 않습니까?

김루리: 그럼 나는 상관있었어요? 나는 상관 있었냐고!

안준호: 이렇게 하면 김루리 일병 죽어요.

김루리: 나도 알아요.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대사의 중심은 죽음이다. 특히 인질과 김루리, 두 사람의 죽음을 말하며 김루리를 만류한다. 안준호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아무도 다가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먼저 발걸음을 디딜 용기는 가지고 있었으나 그 목적이 타인이 아닌 자신에게 있는. 그는 정확히 말하자면 '김루리'를 구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내 눈 앞에서' 상관 없는 누군가가 다치고 죽는 것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안준호를 움직이게 한다. 누구보다 정의로운 행동을 할 수는 있지만 그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있다는 점에서 나는 감히 안준호의 캐릭터를 자기중심적이라 말하고 싶다. 물론 누군가의 죽음을 겪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결국 타인을 위하는 이타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라 간주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부분은 대비되는 한호열과 김루리 일병의 대화에서 차이점을 찾아볼 수 있게 된다. 


한호열: 내가 다 찍고 있어. 그러니까, 아무도 너 못 쏴. / 루리야, 나 너 알아. 우리 전에 봤잖아. 나 나 본 적 있다고. 그래서 더 미안해. 억울하면 살아야지. 재판도 받고. 잘못한 거 있으면 벌도 받고. 너 진짜 죽으려고 그러는 거 아니잖아.

안준호: 김루리 일병, 살아야 한다고!


한호열은 김루리의 상황에 공감하고 김루리에게 필요한 말이 무엇인지 본능적으로 알아차린다. 자신과 접점이 있었기에 김루리를 우선적으로 살리고자 한다. 하지만 안준호는 어떤가? 답답할 정도로 여전히 내 앞에서 누군가 죽어서는 안된다는 원론 하나에 집착하는 대사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의 대사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에 집중한다면 그 차이가 쉽게 느껴질 것이다. 이것이 안준호와 한호열의 작품 외적 평가를 갈라놓은 하나의 요소가 아니었을까 싶다.


죄책감

안준호라는 캐릭터에서 가장 크게 작동하는 원동력은 죄책감이다. 살리지 못한 첫 탈영병에 대한 죄책감, 봉석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 이는 그의 가장 근본적인 부분인 양육 환경으로 인한 대디 콤플렉스로 연결된다. 그는 무의식 중에 가정폭력을 당하던 어머니를 구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무력감과 죄책감을 탈영병들에게 연결하였을 것이다. 이 부분은 D.P 시즌1에서 남자친구에게 맞으면서도 남자친구를 놓아주지 못하는 문옥에게서 연민을 느끼고(이성애적 감정이라고도 할 수 있으나 나에게는 문옥의 상황을 어머니와 동일시 하는 것처럼 보였다) 한호열에게 욕을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는 것에서 또한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사실상 이 부분이 군필자를 비롯하여 많은 관객들에게 "쟤 왜 저래? 저렇게 좋은 선임한테 왜 욕지꺼리야?" 라고 반감을 사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 그가 양육 과정에서 가지게 된 콤플렉스와 PTSD로 인해 트리거가 걸려 있는 상태라는 것을 이해하면 그의 이상행동이 조금은 이해될 지도 모르겠다.


안준호는 모든 행위에 죄책감을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다. 물론 안준호를 제외하고도 D.P 속 대부분의 인물은 죄책감을 통해 움직인다. 한호열, 박범구 중사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들과의 차이점은 '그 중심이 자신에 있는가, 타인에게 있는가'이다. 어째서 안준호의 만류는 통하지 않았으나 한호열의 몇 마디에 김루리는 무너지게 되었는가. 죄책감을 해소함으로서 살리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아마 과거의 안준호 자신일 것이다. 이것이 다른 인물들과 달리 안준호만의 정의롭지만 정도(道)이지는 못한 묘한 삐걱거림을 만들어낸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상향

앞서 잠시 언급하였던 한호열과 안준호의 차이를 다시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선, 한호열의 사고방식은 인간적이다. 나와 접점이 있었기에 더 미안하고, 더 마음이 쓰이고, 접점이 있었던 김루리를 우선적으로 살리고자 한다. 하지만 안준호는 초면의 인질과 김루리를 죽음이라는 기준에서 모두 같은 상황에 놓고 본다. 황장수 때에도 그러했지만 '모두'를 구하고자 한다. 그것은 신이 아닌 이상 해내기 어려운 이상이다. 스스로 감당할 수 없으면서도 지키려고 하는 가치관? 원론? 나쁘게 말하자면 고집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것이 안준호와 세상의 삐걱거림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한다. (D.P2 후반부에 기행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의 이후 행적들 또한...)


하지만 그렇기에, 미숙하고 세상을 모르기에. 안준호는 누구보다도 이상향을 위해 달려가며 행동 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안준호 특유의 설득력 없을 정도의 정의로움을 만들어 낸다. 오히려 군 부사관으로 구르며 세상 물정에 도가 튼 박범구는 현실적이고, 성숙하기에 쉽게 움직이지 못한다. 이런 군대에 나조차 내 자식을 보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면서도 끝내 자신이 책임을 지고 비리를 밝혀내기까지 많은 시간과 결심이 필요했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오히려 박범구 중사의 행동이 현실적이고 설득력 있다. 그럼에도 안준호는 미성숙한 자아를 통해 누구보다도 빠르게 결심하고 자신을 파괴하면서까지 이상향을 향해 움직인다. 이것이 안준호를 엘리트이자,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말하게 된다.


안준호가 가지고 있는 이상향은 어린아이가 떼를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선인이던 악인이던 그 모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군대에서 갑작스레 사람이 죽어나가지 않게 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누군가 한명의 희생만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안준호는 자신의 이상향이 마치 금방이라도 손 끝에 닿을 것처럼 행동한다. 나만 희생하면, 내가 노력하면, 내가 해내면...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안준호는 현실적이지 못한 아이와 다름 없다. 그런데 그 아이가 실행력과 힘을 가지고 있다면? 심지어 모든 것을 자신이 혼자 해결하고자 한다면? 그렇기에 그의 행동은 자기파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3. 안준호의 자기파괴적 행위는 어디서부터 비롯되는가?


이러한 자기 파괴적 행위는 안준호의 대디 이슈에서 다시 한 번 이유를 찾게 된다. 우리가 어떠한 사고나 사건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가장 우리의 편이 되어주는 사람은 일반적으로 가족이며 특히나 가장, 아버지이다. 하지만 안준호는 아버지로부터의 보호나 편을 받아본 적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아버지에게서 자신과 어머니, 동생을 지키기에 바빴을 것이다.

이때문에 안준호는 자신이 하는 행동의 결과는 온전히 자신만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편협한 사고방식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그에 더불어 자기 자신에 대한 보호를 생각하지 않는 낮은 자존감이 그에게 '자기 파괴적인 정의로움'이라는 기이한 형태의 성격을 만들어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 진정한 양육자로서의 인물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한호열과 박범구이다. 한호열은 첫 등장부터 자신의 직속 후임인 안준호를 '아들'이라는 호칭으로 부른다. 이는 단순히 후임과 선임간의 친근함과 한호열이라는 캐릭터의 익살스러움을 표현하기 위함도 있었겠지만 한호열이 안준호에게서 양육자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게 된다면 단순한 호칭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호열과 박범구는 안준호에게 필수적으로 필요했던 인물이다. 안준호는 끝내 자신의 행동에 의해 박범구 중사가 해결을 해주는 것을 보면서 자신의 어리광을 멈추게 된다. 안준호 대신 징역을 받게 된 박범구의 마지막 말을 들으며 안준호는 어린 아이처럼 소리내어 울기 시작한다. 그 울음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죄책감? 후회? 그렇다기에 안준호는 기존의 답답하고 무미건조한 캐릭터 성이 무너질 정도로 어린 아이처럼 울어댔다.


아마 그 순간 안준호라는 사람을 형성하던 가장 큰 가치관이었던 '나는 오로지 혼자고, 나를 지켜줄 사람은 없다. 내가 어떤 행동을 하던 그에 대한 결과는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 라는 부분이 무너져 내렸던 것은 아닐까. 안준호는 처음으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고, 그러한 사람들을 두고 혼자 자기파괴적인 행동을 한 자신의 어리석음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이다.


안준호는 미숙하고, 현실적이지 못하고, 자기 중심적이며, 자기 파괴를 일 삼는다. 하지만 이것은 안준호가 작중에서 막 군대를 현역으로 들어간 21~22살의 20대 초반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의아하지 않은 부분이다. 당신의 20대 초반은 어떠했는가. 법적 성인이 되었다고 해서 마인드나 사회성까지 모두 성숙한 어른으로 변했는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패기 넘치게 사고를 칠 수 있는 나이가 20대 초반이다. 그렇기에 안준호의 어리광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5. 하고 싶은 말

한편으로는 그러한 생각이 든다. 작중 20대 초반인 안준호처럼, 군대에 현역으로 들어가는 대부분의 장병들은 아직 사회인으로서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미성숙한 인격체들이다. 미성숙한 인격체들은 미성숙한 행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그것이 특히나 혈기와 패기가 넘치는 20대 초반의 남성들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군대  가혹행위 및 내부문화 등을 옹호하고자 함은 결코 아니다. 미성숙이 인간성 상실에 대한 변명이 되진 않는다. 안준호는 미성숙했기에 이상향을 향했던 것처럼.)

군대에서 내부 인원 간 총기 난사 사고가 발생했다면, 이것은 국가가 예상할 수 없는 사고임이 맞다. 하지만 그들을 군대라는 공동체로 구속하여 그들을 모이게 한 주체는 누구인가? 이들을 한데 모아 행동과 환경을 구속하고 벗어나지 못하게 감금한 주체는 누구인가? 군대이자 국가이다. 

D.P 마지막 에피소드인 구자운과의 법정 싸움 장면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대사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이것이 안준호를 통해, D.P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바가 아니었을까.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최근 유튜브 숏츠 등을 통해 D.P의 짧은 장면들이 알고리즘을 탔고, 그에 대한 수많은 댓글이 달렸던 것이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다. 안준호 개폐급이다. 실제 군생활에서 후임으로 만났으면 개패버렸을 거다. 사회생활 존나 못한다. 등등... 이러한 댓글을 보며 나는 그들의 폐급이 무엇인지, 안준호는 어째서 폐급이 되어야 했는지 생각해보았다. 그에서 더 넘어가 결국 군대 내부 사고에 있어 국가의 책임에 대한 큰 이야기로 넘어가버리긴 했지만, D.P라는 드라마를 감명깊게 보았다면 어쩔 수 없는 사고의 흐름임을 인정할 것이다.


옳다라는 자신의 개인적 신념만으로는 되지 않는 것이 있다. 물론 그의 신념은 도덕적으로 옳다. 하지만 수많은 이해관계와 사람들의 신념이 엮이는 군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안준호는 방법을 잘 못 알았을 뿐이다.

그저 미성숙하고 그들의 사회에 융합되지 못하여서 폐급이 되는 것이라면, 안준호는 폐급이 맞다. 하지만 그 문화라는 것 자체가 과연 동화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길 바란다. 군대 내 가혹행위 및 군기 문화에 있어 가장 융화되어 분위기를 주도해갔던 황장수를 떠올려보라. 군대를 전역하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나는 그러한 군기 문화 따위 모른다는 듯 동년배 대학생들과 어울려 아무렇지 않게 웃고 떠들던 그를. 그러면서도 과거 자신의 행동에 대한 산물을 마주하곤 한 걸음으도 움직이지 못했던 그를...


"때리지 말라고 해서, 옳지 않은 것을 옳지 않다고 말해서 폐급이 되는 겁니까?"

안준호를 폐급으로 만드는 것은 그의 고지식하고 줏대 있는 성격이 아닌 비정상적일 정도의 군기 문화였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그의 정의로움이 비록 모두 좋은 방향으로 향하진 못하였으나 그럼에도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점에서 나는 안준호를 응원하고 싶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죽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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