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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개돌개 Jun 09. 2024

디즈니의 겨울왕국 다시 읽기, 엘사는 히키코모리다.

영화 '​겨울왕국' 감상문


세상으로부터 고립되었던 자가 미지를 향해 나아가기까지.

디즈니의 야심작 ‘겨울왕국’을 보며 가장 먼저 느껴졌던 것은 디즈니의 스탠스 변화였다. 그동안 디즈니에서 보여주었던 자아를 찾아가는 이들은 겨울왕국의 전작 ‘라푼젤’이 그러했듯 이제 막 세상을 모험하기 시작한 10대 소녀 공주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스스로 자아를 찾아가기보다 타인, 특히 힘세고 강한 남성과의 마찰과 사랑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이른바 신데렐라 서사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비판점이 있었다. 하지만 겨울왕국에 이르러서는 주인공이 20대 중후반의 여왕이 될 여성인 ‘엘사’로 등장하며 연령대와 권력의 힘이 변화한다.

엘사는 나이만 성인일 뿐 세상에게서 격리되고 소외되어 사실상 세상과 타인을 대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한 아이와 다를 것 없는 어린 어른으로 등장한다. 겨울왕국이 어른 아이 관계없이 인기를 끌었던 것은 자아를 찾아 떠나는 주체가 세상에게 소외되었다 이제 막 세상으로 나온 어린 어른 엘사였기 때문이 아닐까. 각자의 소외와 결핍을 가지고 있는 엘사와 안나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각자의 미지로 나아가 자아를 찾는 모습은 기존의 안전한 장소였던 가정으로부터 독립하여 혼자만의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청년들의 모습과도 닮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세상에게서 소외되었던 자가 한순간에 세상으로 뛰어드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겨울왕국에서 엘사의 행동 중 가장 힘 있게 다가왔던 것은 ‘뛰쳐나가는 행위’였다. 기존의 세계에서 벗어나서 뛰쳐나가는 행동을 할 때에야 엘사는 규율에 붙들린 인형에서 자아성을 가진 살아있는 하나의 인간으로 보인다. 내가 가지고 있던 세상에 대한 믿음을 버리고 온전한 자아의 독립을 해내는 것은 결국 새로운 시작과 발견으로 이어진다. 그것이 겨울왕국1의 Let it go에서는 마녀라는 누명을 쓰고 타인의 핍박에 의해 도망치는 것이었지만 겨울왕국2의 Show yourself 에서는 안정적인 세계에서 스스로 벗어나길 결정하여 진정한 나를 찾고자 하는 그 행동의 힘이 강력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겨울왕국2는 1에 비해 일반 대중의 호평을 받지는 못하였다. 이는 일반 대중들이 엘사의 의지력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게 되어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의 사회는 안정성을 추구하게 한다. 안정된 직장, 안정된 가정, 안정된 인생을 사는 것이 선인 것처럼 포장하고 모험이나 자아 추구는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게 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처음 겨울왕국2를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엘사가 고작 목소리의 부름 때문에 그토록 원하던 안정된 가족과 사랑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없었다. 뒤늦게에서야 엘사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온전해진 결말을 보며 나는 더 큰 세상과 연결되려 하지 않고 안정된 곳에만 정착하려 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었다.

고립되어 있던 겨울왕국1의 엘사를 보면 최근 청년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히키코모리’가 생각난다. 사회에서 홀로 서야할 성인이 되었음에도 아직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해 방에 틀어박혀 있는 사람들이다. 

엘사가 스스로를 가두어버린 이유는 조절할 수 없는 얼음 마법과 아버지에 의해 답습된 규율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스스로를 고립시킨 히키코모리에게는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지 생각해보며 영화를 다시 본다면 또 새로운 감상들이 나를 찾아오기도 한다. 나 또한 학교와 가족이라는 안정된 세계에서 벗어나 미지뿐인 사회에 나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In to the unknown의 엘사처럼 당당히 미지의 세계를 맞이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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