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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에 보이는 것들

정글의 입구에서

by 돌부처

당신의 첫 출근 날 아침을 기억하십니까. 옷장 앞에서 몇 번이고 옷을 갈아입으며 ‘너무 튀어 보이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했던 시간. 밤새 외운 첫 인사말을 되뇌며,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마음. 우리는 모두 그날, 좋은 인상을 주기 위해 최고의 연기를 펼쳐야 한다고 배웁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 게임의 절반만을 이해한 것입니다. 당신이 조직의 평가를 받는 그 순간, 당신 역시 조직이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건강 상태를 진단해야 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면접관의 자리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제지 회사를 배경으로 한 시트콤 <오피스>의 첫 화는,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현대 조직의 모든 병리 현상이 압축된 완벽한 ‘교과서’입니다. 그곳에는 앞으로 우리가 만나게 될, 아니 어쩌면 이미 만났을 거의 모든 유형의 빌런들이 자신의 본성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임시직으로 첫 출근 한 한 청년의 시선을 빌려, 그 기묘한 정글의 첫날을 함께 탐험해 볼 것입니다. 그의 눈에 비친 풍경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첫날을 복기하고, 그때는 미처 깨닫지 못했던 빌런들의 첫 번째 신호를 해독하게 될 것입니다. 그것은 아직 그 첫날을 기다리는 누군가에게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지점장이 과장된 몸짓으로 신입사원을 맞이합니다. 그는 스스로를 ‘세상 최고의 보스’이자 ‘직원들의 친구, 그리고 엔터테이너’라고 소개합니다. 그의 관심은 신입사원의 경력이나 앞으로의 포부가 아닌, 오직 ‘나를 얼마나 재미있어하는가’, ‘나의 권위를 얼마나 즐겁게 받아들이는가’에만 쏠려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날, 그는 리더로서의 자질을 최악의 방식으로 증명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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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소설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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