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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아빠가 많고, 실패는 고아다

공(功)은 내 것, 과(過)는 네 것

by 돌부처

"성공에는 아버지가 많고, 실패는 고아다."

이 러시아 속담이 가장 적나라하게 실현되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의 사무실입니다.


프로젝트가 대박을 터뜨리는 순간, 갑자기 수많은 '아버지'들이 등장합니다.

"내가 그 아이디어 처음 냈잖아."
"내가 뒤에서 다 코칭해 준 덕분이야."
"내가 임원들 설득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알아?"

그들은 숟가락 하나씩을 들고 달려들어 성과라는 파이를 게걸스럽게 뜯어먹습니다. 정작 밤새워 실무를 처리한 진짜 아버지는 구석으로 밀려납니다.


반대로 프로젝트가 실패하면 어떻게 될까요? 그 많던 아버지들은 순식간에 증발해 버립니다.

"나는 처음부터 반대했어."
"김 대리가 실무를 맡았으니 책임져야지."

실패한 프로젝트는 버려진 고아가 되어, 힘없는 실무자의 품에 안깁니다. 그는 징계와 고과 하락이라는 차가운 비를 홀로 맞아야 합니다.


성과 분배 전쟁의 가장 추악한 민낯은 '돈'이 아니라 '인정'과 '책임'을 거래하는 암시장에서 드러납니다. 빌런 리더들은 이 암시장의 큰손입니다. 그들은 부하 직원의 아이디어를 훔쳐 승진의 발판으로 삼고, 자신의 실책은 부하 직원에게 떠넘겨 생존의 방패로 삼습니다.




오늘 우리는 펜실베이니아의 제지 회사에서 벌어진 '윌리 웡카의 골든 티켓 소동'을 통해, 이익 앞에서는 한없이 탐욕스럽고 위기 앞에서는 한없이 비겁해지는 인간 군상의 적나라한 쇼를 관람하게 될 것입니다. 이 에피소드는, 성과의 주인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뒤바뀌는지를 보여줍니다.


지점장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 꽂혀, 기발한 마케팅 아이디어를 냅니다. 제지 박스 안에 '골든 티켓'을 무작위로 숨겨놓고, 그것을 찾은 고객에게 다음 주문 시 10% 할인을 해주는 이벤트입니다. 그는 자신이 윌리 웡카처럼 고객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하지만 그는 디테일에 약한, 전형적인 '비전 착취형 리더'입니다. 그는 5개의 골든 티켓을 모두 같은 배송 트럭에 실어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릅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그 트럭은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인 '블루 크로스' 병원으로 향합니다.


며칠 뒤, 블루 크로스는 5개의 골든 티켓을 모두 발견합니다. 그들은 규정대로 '총 50% 할인'을 요구합니다. 회사의 최대 고객에게 반값 할인을 해준다면, 지점의 수익은 박살이 나고 본사로부터 엄청난 문책을 받게 될 상황입니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순식간에 재앙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지점장의 '책임 전가' 기술이 발동합니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대신, 사무실에서 가장 충성스럽고 조금은 맹목적인 '자칭 2인자'를 설득합니다.


"네가 했다고 해. 너는 실적도 좋고 회사에 오래 다녔으니 징계 좀 받아도 안 잘려. 하지만 나는 잘릴지도 몰라. 나를 위해 희생해 줘."


지점장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부하 직원에게 총알받이가 되라고 강요합니다. 이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비겁함의 극치입니다. 2인자는 억울하지만, 평소 존경하던 리더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충성심을 증명하기 위해 거짓 자백을 하고 징계 위기에 처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극적인 반전이 일어납니다. 본사에서 CFO가 내려옵니다. 마이클은 드와이트가 해고될 것이라 생각하고 숨을 죽입니다. 하지만 CFO는 의외의 말을 합니다.


"자네가 골든 티켓 아이디어를 냈다고? 천재적이군! 블루 크로스가 그 할인 덕분에 우리 회사와 독점 계약을 맺기로 했어. 할인을 해줘도 물량이 늘어나서 이익이 훨씬 커졌다고!"


재앙인 줄 알았던 사건이, 회사를 구한 대박 성과로 둔갑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마이클의 표정은 볼만합니다. 안도감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를 '질투'와 '탐욕'이 채웁니다. 그는 CFO에게 칭찬받는 드와이트를 보며 견딜 수 없어합니다.


"저건 내 아이디어인데! 내가 칭찬받아야 하는데!"


마이클은 조금 전까지 드와이트에게 뒤집어씌웠던 책임을 벗어던지고, 이제는 성과를 뺏어오기 위해 안달합니다.


"사실은 제가 시킨 겁니다!"

"저 친구는 그냥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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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는 사람.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소설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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