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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 Mar 05. 2020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너에게

위태로운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친구에게보내는편지1


친구야, 나는 네게 무척이나 무심한 사람이었다. 너의 마음이 꽤나 오래 아파왔다는 것을 짐작만 할뿐 그 깊이를 가늠하지 못했었다.

우연히 너의 핸드폰을 빌려 쓰다 어쩌다가, 정말 어쩌다가 너의 메모를 들어가 보게 되었다. 그 속에 나열된 문장과 단어들을 마주하고 나는 한참을 울었다.

곳곳에는 너의 아픔이 베여있고, 처음 그것을 본 나는 당연히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실은 두려움이 컸던 것일지도 모른다.

질타와 화살의 방향을 너로 몰아 스스로를 위태롭게 하는 너를 보며 마음이 너무 저렸다. 그럴 수 밖에 없던 너의 사정이 있었고, 한편으로는 가족같은 너였기에, 아픔을 너무 몰라줬던 나이기에, 미안함이 컸다고 해야할 지도 모르겠다.

너의 메모를 보며 느낀 건, ‘너의 그 마음과 생각들이 일시적으로 왔다가는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었구나. 꽤 오래 곪아있던, 숨겨놓고 닫아놓아도 마음 속에서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 있는 그런 긴 유래가 있던 거구나’


그러면서 나는 참 이기적이게도 다행이었다. 안도감이 들었다. ‘죽음’이라는 말이 잦던 너의 메모 속에, 내가 그 메모를 확인했을 때의 너는 여전히 ‘살아’있어줘서. 지금 이 순간, 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어 또 한편으로는 많이 두렵고 무섭다.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 하지만, 지금은 어떨지. 얼핏 느껴왔던 너의 힘듦이 지금은 꽤 좋아졌다 생각했는데, 여전히 너의 마음은 같은지. 변함이 없는지 걱정이다. 혹여나 너에게 상처가 될까 덮어놓고 싶던 감정을 들춰내는 건 아닌 가 싶어 직접 네 앞에서 묻지 못하는 게 나의 마음이다.


지금 당장이라도 아직도 그런 생각을 하느냐, 지금 너의 마음에 여유는 있느냐  묻고싶지만, 괜한 내 말이 너에게 새로운 상처를 낼까 하지 못하겠다.

네가 느꼈던 것을 나 역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건 아니다. 누구라도 살아가며 힘든 순간은 마주하기 마련이며, 그런 우리는 처음부터 강하지 않기에. 느껴올 수 있는 것이다. 자책하지 말아라. 그리고 씩씩하게 강해지자. 이 고비가 지나면 우리 인생에 하나쯤의 조명은 켜지기 마련이다. 머지않아 반짝이는 조명은 너의 차례일테니, 언젠가는 분명히 올 ‘너의 차례’를 기다리며 우리 살아가보는 것이 어떻겠니?


세상은 내가 나약하다고 그 나약함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간 되려 당하는 곳이잖니. 나약함에 맞서 힘을 기르고, 힘이 생긴다면 그것을 통해 더 강해져야한다. 육체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우리는 충분히 강해질 수 있다. 나약함에 고개 숙이지 말자. 한 발 두 발 나아가보자. 행복을 찾아보자. 행복은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금세 찾을 수 있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니 우리 함께 헤쳐나가보자.

네가 더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것이 내 바람이다. 살아내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함께 살아내보자고, 알아주지 못해 미안했다고, 힘이 되어줄 수 없어서 기댈 수 있는 그늘이 되어줄 수 없어서 미안했다고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었다. 부디 나쁜 생각은 말아주렴. 우리 만난 이 세월을 나는 너와 오래 같이 걸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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