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지키던 시절 2006.04.28
곰돌이 녀석 손을 잡고 곰식이를 어린이 집에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양손에 한 놈씩 손을 붙잡고 오면서 오늘은 어땠니... 점심엔 반찬이 뭐 나왔어?
무슨 공부했니... 친구랑 뭐 하고 놀았니... 어쩌고 저쩌고... 돌아오는 답은 늘 한 가지. 한결같다.
"... 몰라요. 기억이 안 나요."
며칠 전... 여전히 똑같은 질문, 똑같은 대답이 오가고 그러다 갑자기 길 한복판에서
"엄마... 우리 둥글게 둥글게... 해요."
"응? 여기서?... 셋이?"
"네~~~~~~"
미친척하고 녀석들과 길 한복판에서 둥글게 둥글게... 를 했다.
그날 이후로... 녀석은 그 지점에만 오면 둥글게 둥글게를 꼭 해야 한다고 성화다.
곰돌이 녀석까지... 이젠...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엄마...둔는게...둔는겡..."
그렇게 우리가 손을 맞잡고 둥글게 둥글게를 하며 그 길 한복판에서 몇 바퀴 도는 동안
주위에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혹 멀리서 누가 봤다손 치더라도 가까이에선 아무에게도
눈에 띄진 않았다고 자신했다. 뭐... 그렇다 해도 눈치 볼 사람은 기껏 나 하나겠지만 말이다.
오늘.
소풍 갔다 온 곰식이 마중을 휴가 받아 쉬고 있던 곰탱씨와 셋이서 나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소풍기분으로 한참 들떠 있던 곰식이...
또 문제의 그 지점에서
"둥글게.. 둥글게"를 외쳤다.
아빠까지 함께이니 더 씬나씬나... 이 얼마나 가족적이고 단란한 분위기일 것이냐.
나 역시 여전히 멋쩍었지만, 자기는 안 한다고 손 내젓는 곰탱씨에게 장난기가 발동했다.
우린 꼭 여기서 이걸 하고 지나간다고... 당신도 절대 예외일 수 없다면서 강! 요! 했다.
아들 녀석 둘에 마누라까지 길바닥에서 난리... 난리... 도통 집에 갈 기미가 안 보이니.
이쯤 해서도 안 한다고 하면 배신자 혹은 왕따 취급받을 소지가 충분하다 싶었던지...
마지못해 손을 잡아 준다.
그리곤 우리 넷이... 또 그 길 한복판에서 둥글게 둥글게를... 했다!!!
아이들 입이 귀에 가 걸렸다. 신나서 죽겠단 표정...이다. 우헤헤~ 깔깔깔...
그러고 요란스레 몇 바퀴 도는 동안... 아주머니 한 분이 스윽~ 지나가셨다. 보고도 못 본 척.
거 보라고... 챙피해 죽겠다고... 이번엔 곰탱씨가 난리 난리... 크하하하하하하~~ !!
뭐 어때... 그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