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킨무무 May 02. 2024

영국이 바로 어둠의 심연이다!

<어둠의 심연>_조지프 콘래드, 이석구 옮김, 을유문화사






조지프 콘래드는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지만 놀랍게도 스무 살 이전에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지 않았다. 그는 영국 상선에 올라 바다와 대륙을 탐험하면서 모험을 했는데 후에 이를 바탕으로 여러 작품을 영어로 집필하였다. 이렇듯 모태영국인이 아닌 까닭에 영국에 대해 객관적이고 관찰적인 시선을 유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둠의 심연>은 콩고를 배경으로 하여, 당시 상아 착취를 위해 원주민을 핍박하던 영국의 제국주의에 가려진 어두운 면모를 드러낸 문제작이다.


화자인 말로는 무역소에 근무하면서 소식이 끊겨진 커츠라는 인물을 찾아가게 되는데, 콩고에 파견되기 전의 그는 본국에서 주위사람들에 의해 달변가이면서 유능하고 우아한 태도를 지닌 고상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러나 말로가 실제로 조우한 그는 병든 광인에 가깝다. 무엇이 그의 심연을 이토록 극적으로 찢어발겨놓았나?


커츠는 그 어떤 인물보다 제국주의에 진심인 사람으로 문명인으로서 미개한 원주민을 말살하리라는 목표를 가지고 콩고에 도착한다. 원하는 것을 빼앗는 것은 강한 자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과 실제는 다른 법이다. 제국주의와 식민주의라는 이데올로기 아래 자행된 원주민 학살과 온갖 악행들은 그를 광인으로 변모시킨다. 작품의 제목인 <어둠의 심연(Heart of Darkness)>는 어두운 피부를 가진 원주민들이 사는 어두운 밀림 한가운데를 뜻하면서도 동시에 제국주의의 충실한 도구로서 식민지에 파견되어 그 모든 악행을 저지른 자들의 악한 마음을 뜻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그에게 속했다네-하지만 그것은 하찮은 문제였지. 중요한 것은, 그가 어디에 속하고, 또 얼마나 많은 어둠의 세력이 그를 자신의 소유라고 주장하느냐 하는 문제였지."p.106


제국에 대한 충성, 문명인이라는 자만, 그를 웃도는 개인의 출세욕망에 사로잡혀 모든 것을 소유한 듯 보였던 그는 실제로는 그 자신이 악과 어둠에 사로잡힌 채 "끔찍하다! 끔찍해!"p.151라는 숨결같이 약하디 약한 외침과 함께 죽는다. 말로는 이 모든 것을 목격하지만 본국의 커츠의 약혼녀에게는 이러한 진실을 털어놓지 못한다. 진실이 "너무나 절망적으로 어두웠"p.167다는 이유로 커츠가 약혼녀의 이름을 부르며 고상한 문명인의 모습으로 최후를 맞이했다는 거짓을 전하는 것이다.  


템즈강이 "거대한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p.168는 모습을 보여주는 엔딩에서 우리는 작가의 저격타겟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제국주의의 선봉장으로 수많은 식민지를 건설하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갖게 된 나라, 그것이 바로 진정한 어둠의 심연이었음을!


문명인으로서 지닐 수 있는 우아함이 식민지로부터의 잔혹한 수탈로 가능했음을 본국의 사람들은 정말 몰랐을까? 작품 말미에서의 말로의 거짓말로 보건대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정갈한 입성의 신사들은 결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의 진실을 알아채지 못했으리라. 아니, 알려하지 않았을 것이다. 약자 위에 군림하던 위대한 대영제국의 자랑스러운 역사라 믿어 의심치 않았을 테니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봄에 맛보는 노르웨이의 한파스릴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