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여타 작품들처럼 짧고 잘 읽히고, 재밌다. 장마에 특화된, 물 비린내와 피 비린내가 진동하는 이야기. 목소리 패티시(?)를 가진 주인공의 참사랑 찾기, 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크크.
경주의 목소리를 사랑한 대가로 쓰디쓴 배신을 겪은 선형은 이번에는 그 말로가 죽음이라는 것을 앎에도 불하고 또다시 사랑에 빠지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피니의 목소리는 저주일까, 운명적 사랑일까.
인간이 살아있는 물고기를 회쳐먹고 머리만 빼고 싹싹 발라먹고 쪽쪽 빨아먹는 것을 뒤집은 아이디어가 좋다.(머리는 매운탕 끓여 먹어야 하니, 넓은 냄비 안에, 우웩.) 몹쓸 인간이 회쳐지는 생선들에게 보내는 속죄물이랄까. 다만 인어가 인간의 갈비뼈가 환히 빛나도록 깨끗하게 살점을 발라먹는 장면을 상상하니, 당분간 회는 삼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