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있는 요일>_박소영, 창비
"최 사장 같은 옛날 사람들이 여전히 '현실'이라 부르는 이 세계가 굴러가는 법칙은 간단했다.
노력은 쉽게 틀어지고 간절한 바람은 가볍게 짓밟힌다. 그 무엇도 영원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것은 찰나의 순간. 사랑하는 것에도 반드시 끝은 있다."p.61
로맨스가 주가 되는 작품은 그만 읽자고 했는데 또 읽어버렸네? 흐흐. 시작은 좋았다. 기후위기로 인간개체의 수를 조절해야 하는 절박한 인류에게 7부제의 도입은 적확한 문제해결 방식이었다. 7부제가 뭐인고 하니 하나의 공유신체에 7명의 혼이 요일 별로 돌아가며 육신을 점유한다는 건데 24시간짜리 짧은 버전의 <서브스텐스>라고 할까. 물론 막대한 환경부담금을 부담하고 365 체제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존재하고, 체제를 버리고 야생에서 불법을 자처하며 살아가는 무국의 사람들도 있다.
문제는 하필이면 원수 같은 강지나와 신체를 공유하게 된 주인공, 현울림의 사정이다. 일주일 중 6일은 낙원이라는 온라인 세계에서 활동하다 단 하루의 오프를 뛰는 건데 앞 선 요일의 지나가 무슨 일을 꾸미는 건지 알 수 없는 울림은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결국 지나에 의해 살해당한 울림은 불법으로 대체신체를 찾아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한 마지막 여정을 떠난다.
개인적으로는 설정의 근사함에 비해 기대했던 긴박감이나 스릴은 좀 떨어지지 않았나. 흠, 도파민 중독자의 감상일 수도. 그리고 로맨스, 흠흠, 부탁했잖아, 그만 읽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