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고작 계절>_김서혜, 위즈덤하우스
"콤플렉스는 자기 자신이 너무 싫은 나머지 모두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하는 욕심이다."p.34
"내가 나에게만 중요하다는 사실은 가끔 너무 잔인하고, 다행이다."p.50
"한 사람이 폭력을 당할 때, 그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고 그 사람의 마음을 샅샅이 이해하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하는 건 폭력을 멈추는 일이 아닌가? 나는 내 얼굴을 보고 있었어야 했다. 나의 얼굴과 내 머릿속에 든 생각, 나의 끔찍한 방관을 직시해야만 했다."p.68
"이제 와서 다시 한번 상상의 필드에 선수들을 세워본다. 오른쪽에는 새라와 노라의 팀이 있고, 왼쪽에는 나와 한나의 팀이 있다. 나는 한나를 버리고 새라와 노라의 팀으로 향한다고 믿었지만, 내 유니폼 색은 변하지 않았다. 아무리 필사적으로 애를 써도 나는 여전히 한나와 똑같이 노란색이었고, 그래서 공을 찰 때마다 자살골을 넣었다."p.115
"우리가 서로 경계하고 분열할 때 가장 이득을 보는 사람들이 열어둔 좁은 문에서, 나는 항상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 돌을 던졌다. 넌 돈이 많지, 넌 친구가 많지, 넌 나한테 없는 게 왜 이렇게 많아? 혹은 넌 왜 나만큼도 못 돼? 하면서."p.148
2000년대 IMF 외환위기 직후, 새로운 삶을 찾아 미국이민을 선택한 부모를 따라 이민자의 삶을 살게 된 화자 제니. 그러나 배경을 바꾸었다 해서 모든 것이 순조로울 리 없다.
이 작품은 어린 나이에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미숙한 나에 대한 이야기다.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조각난 정체성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던 나는 어느 날 자신과 동일하게 한국에서 온 한나라는 학생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영어를 잘 하지도,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한나가 점차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하는데...
여성 청소년의 감정을 따라 이야기가 기술되기에 문장이 매우 세심하고 술술 잘 읽힌다. 미숙함은 성숙의 통과의례라지만 이민자의 삶을 끼얹으니 그 섬세한 고통의 결이 더 잘 느껴진달까. 하지만 왜 중요한 깨달음이란 항상 필요한 시점보다 늦게 찾아오는지. 성장하지 않아도 좋으니 이런 고통은 사절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