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모순의 세계

<치유의 빛>_강화길, 은행나무

by 피킨무무





전작 중에 <대불호텔의 유령>만 읽어봤는데 특이한 이름과 더불어 여성서사를 주로 쓰는 여성작가로 기억한다. <치유의 빛> 역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여성의 고통에 관한 글인데 <대불호텔의 유령>보다는 좀 드라마틱 한 듯. 한 때 친밀했던 열 다섯의 여중생들이 서른이 넘어 재회하는 이야기다, 물론 그 친밀의 정도에 대한 기억은 서로 다르지만.


사이비 종교에 빠진 부모들에 의해 방관되고 고립된 아이들, 서로를 동경하면서도 시기하고, 사랑하고 연민하면서도 미워하고 경멸하는 모순적인 감정과 환경. 타인의 시선과 기준에 옥죄어 살다 결국 그것이 자신의 삶이 되어버린 여자. 해방을 소망하지만 어쩌면 집착당하고 싶어 했던 욕망을 이야기 속에 촘촘히 쌓아 올렸다.


고통이 사라지길 누구보다 원하면서 동시에 고통이 있기에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들. 죽을 만큼 살고 싶다, 와 살고 싶을만치 죽고 싶다, 라는 말이 공존하는 세계. 이야기 속 액자이야기로 등장하는 <힐라리아와 안티오페>에서 안티오페는 지수와 고통을, 힐라리아는 해리와 치유를 상징하는데 언제나 안티오페만이 힐라리아를 위해 '헌신'한다는 점은 사랑하는 자와 사랑받는 자 사이의 간극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이야기 자체가 해적판이었다는 사실은 이 모든 것이 지수의 착각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어쨌든, 그렇기에 지수가 고통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을 처음 알아봐 주었던 해리아의 존재 자체를 세계에서 지우는 것밖에 없다. 결국 사랑은 고통이요, 고통은 사랑이다.


다만 작중 이영과 지연의 이야기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다. 사이드 스토리로 지연의 사정 편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것은 이해하는데 굳이 커플로 묶을 필요까지? 싶기도 하고. 뭐, 결국 돌고 돌아 지독한 사랑 이야기니까, 라고 생각하면 어색할 것도 없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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