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함으로써.

간절하지 않게. (22번째 일일)

by 김로기

아무렇지 않고 싶다.

그저 어제 같고 내일 같은 날들이 기를 바란다.

하지만 간절하지 않았던 마음이

입 밖으로 내뱉어지는 순간

간절한 마음이 된다.

그 말을 내뱉은 순간의 나를

상대는 위로하게 된다.

그리고 격려하고 된다.

그러다 보면

나는 정말 그렇게 될 것만 같고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나는 간절해진다.

하지만 그 어떤 노력으로도 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의 내가

조금 덜 상처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에 있어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그 마음을 들춰 보이지 않는 편이 좋겠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면 상대로 하여금

어떤 위로도 격려도 없을 테니까.

나 스스로도 되지 않을 것에 대한 기대는 하지 않을 테니까.

침묵하기로 했다.

그것이 모든 일에 있어

스스로를 실망하지 않게 하는 현재 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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