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지만 먼 계절. (21번째 삼일)
가을 건조한 오후
비 소식이 있는 날에는
맑던 하늘이 서서히 흐려지기 시작한다.
공기는 어느새 차가워져 있고
내리는 비에서도 조금씩 한기가 느껴지기 시작한다.
젖은 낙엽의 냄새가 난다.
더위가 한창인 여름
비가 오기 전에는
살갗으로 전해지는 습기가
맞닿은 살마다 끈적이게 하고
빗방울도 차갑지 않고 미지근하다.
그나마 한바탕 크게 내려주기라도 하면
주변의 열기를 조금 가라앉혀주긴 하겠지만
어설프게 내리는 비는 습도만 올려서
온몸을 찌뿌둥하게 만들 뿐이다.
여름이 지나고 곧이어 가을이 왔지만
두 계절 사이에는 많은 변화가 있다.
초록이 사그라든 나뭇잎도 서서히 젊음을 잃어가고
언제 빛나는 연두잎을 꺼내 들었었는지
힘없이 바닥에 나뒹구는 신세가 되고 만다.
천대받던 햇빛이 귀하게 여겨지기도 하는데
한낮의 머리 위로 해가 솟아 있을 때는
온몸을 둘러싼 땀의 습기로
양산이 됐든 조그만 손바닥이 됐든
있는 데로 햇빛을 가리기 일쑤였지만
가을날 건조하고 따뜻하게 내리쬐는 햇빛은
빨래를 파삭 거리게 좋은 냄새를 풍기며 말려준다.
어디서부터 가을이라 부를지도 경계가 애매할 만큼
나란히 다가오는 여름과 가을이지만
사실상 느껴지는 두계절의 차이는 뚜렷하다.
가까이에 있지만 멀게만 느껴지는 여름과 가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