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기도, 반갑기도 하지만 어딘가 불편한 것. (2번째 이일)
더위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추석은 다가왔다.
어느덧 시어머니를 도와 명절음식을 준비해 온 지 십 년이 다되어 간다.
처음엔 겨우 얼굴만 아는 정도의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꽤 많이 불편했다.
음식을 하는 것도, 먹는 것도 모두 불편한 자리였다.
그래서 그런지 명절이 되면 자주 속이 불편하다.
어느덧 그것이 나의 명절 증후군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음식을 준비하느냐 기름냄새에 찌들어서 인지
불편한 자리에서 불편하게 밥을 먹어서 인지 모르겠지만
명절엔 소화제 한두 봉지가 늘 함께였다.
지금은 불편한 사람들은 많이 없지만
그럼에도 나의 명절증후군은 여전하다.
시어머니는 늘 우리를 편하게 해 주시려고 본인이 몸소 음식을 도맡아 하시기에
내가 크게 고생할 일은 없지만
준비해 두신 전 몇 가지를 부치며 어김없이 두통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기름이 타는 연기에 눈이 찡그려진다.
이것저것 조금씩 맛만 보는 것 같은데도 속이 불편해진다.
그렇게 올해도 신경을 쓴다고 썼음에도
결국 또 소화제를 뜯는다.
"휴, 어쩔 수 없는 건가."
아직까지 내게 명절이란
흔히들 생각하는 부정적인 인식보다는
휴일이라는 더 큰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모든 것이 편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명절이란 알다가도 모르겠다.
좋기도 하다가, 반갑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것.
아직까지 내게 명절은 그러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