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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사는 사람들에 대하여.

적당히 열심히 사는 삶. (54번째 일일)

by 김로기

때로는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듯 매 순간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보면 보통 두 가지 마음이 들곤 한다.

"그래, 나도 저렇게 열심히 한번 살아봐야지."

혹은

"굳이, 저렇게까지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걸까."

나는 어느 쪽일까.

당연히 전자 쪽이라고 말할 것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이 기본값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대게 진취적인 성향의 사람이나

꼭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어릴 때부터 열심히 살아가는 것에 대한 생각이

무의식 중에도 자리 잡고 있다.

내가 자라오면서 속한 여느 집단에서도

늘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라고

가르쳤다.

그런 사회는 나를 당연히 열심히 하는 정도를 넘어

치열하지 않으면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저렇게까지 열심히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 대하여

과연 나에게는 조금도 없는 마음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을까.

오늘 하루가 마지막인 것처럼 나의 모든 것을 갈아 넣는 하루에 대하여

나는 정말로 티끌만 한 부정적인 마음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일까.

사실 "그렇다."라고 말하고 싶은 머릿속에서는

"어쩌면"이라는 말이 맴돌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열심히 사는 것이 옳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어쩌면 굳이 그렇게까지는 살지 않아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마음을 드러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동안 맞다고 믿으며 자라왔고

모두가 입을 모아 치열하게 살아야만 한다고 외치는 세상에서

나는 조금 덜 열심히 살아도

그것이 주는 결과에 나름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이해가 되지 않을 것이고

나아가 그 정도에 만족하는 나의 삶이 하찮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는

열심히라는 말에서 오는 강압적인 느낌보다

적당히라는 말이 가져오는 편안함을 더 추구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마음을 지니고 있음에도 치열한 삶을 원하는 척하는 것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말에는 절대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그 "열심히"에

"적당히"라는 말을 붙였을 때의 삶도 충분히 괜찮다면

그걸로 좋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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