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모른척 하기. (42번째 일일)
부쩍 줄어든 수입과
앞으로 더 줄어들지 모르는 수입에
나날이 근심이 늘어가는 남편에게
지금의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모두 비슷하게 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뱉으면서
나도 스스로에게 같은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다.
예전에 비해 수입이 줄고
가족의 목표가 되어버린
개인의 목표를 위해
남편은 그 누구보다도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살고 있다.
하지만 당연한 듯 따라와 우리의 밥상머리에 앉은 걱정들은
눈치 없이 떠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왜 그런 걱정이나 근심들은
늘 우리와 함께 식탁에 앉는 걸까.
하루 중 우리가 유일하게 마주하는 순간임을 알고 있기라도 하듯.
고된 하루를 마치고
이제야 겨우 숨 돌릴 겸 마주 앉은 우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밥조차 편히 먹지 못하게 하는 걸까.
모두가 비슷한 걱정을 하며 산다는 말을 하는 순간에도
옆에 앉은 걱정은 그런 우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계속해서 존재감을 드러낸다.
때문에
남편에게도
하물며 나에게도 먹히지 않은 쓸쓸한 위로가 둥둥 떠다니다 흩어져 버린다.
우리는 잠시동안 말이 없다.
남편은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바삐 젓가락질을 할 뿐이고
나는 웃지도 찡그리지도 않은 그저 그런 얼굴로
그런 남편을 보고 있을 뿐이다.
걱정과 근심은 조용히 우리의 틈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우리의 위로가 쓸모 없어졌다는 것을
귀신같이 눈치채고.
그런 우리의 틈을 기다리는 그것들을
애써 모른척하는 것이다.
우리는 또 한 번 내일을 위해 힘내 보자고 말한다.
그리고 누구보다 잘하고 있다고 서로를 다독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식탁엔 우리 둘뿐이다.
지금으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걱정과 근심은 늘 우리 곁에 있고
우리는 그것들을 모른 척하며 살아가야 한다.
함께 여서 다행이고
그렇다면 앞으로도 그것들이
우리 곳곳에 깊이까지 들어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니 두려워 말고
가장 가까이의 누군가와 틈을 조심하자.
순간의 방심을 노리는 그것들이
또다시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