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순간에도.

일단은 믿어라. (69번째 삼일)

by 김로기

가끔씩 훌쩍 떠나고 싶다던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나로 살아가고 싶을 때가 있다.

잠시 느껴지는 충동적인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현재의 나의 모습과 처지가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싫어졌다는 말을 붙이려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말을 선택한 것은

그 모습마저도 나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그런 내게 싫어졌다는 모진 말은 선택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 자체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일까.

행복은 상대적인 거라고들 하는데

그렇다면 나 스스로에 대해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도

누군가에 빗대어 생각했을 때 한참 모자라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일까.

그런 생각도 일리가 있다고 본다.

다른 사람들의 비해 내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하지만 이런 마음은 어쩌면 일시적인 마음일지도 모른다.

그날의 기분과 그때의 날씨와 그곳의 사람들에 의해

일시적으로 생겨버린 부정적인 감정들이

스스로를 바닥으로 내몰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한 번씩 지금의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의 인생 전체를 부정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나는 어쩌면 한 번씩 나의 감정에 속고 있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이유들로 인해 변화를 거듭하는 나의 변덕스러운 감정에

온몸이 들썩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한 번씩 나를 괴롭게 하는 생각들은

그날의 무엇인가로부터 시작된 불편한 감정들 때문이었다.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과연 얼마만큼 논리적 일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렇다고 믿는 믿음이 필요한 때이다.

살다가 한 번씩 나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그저 어떤 사소한 이유로 시작되었는지도 모를 감정 하나가

지금 나의 머리를 쥐고 흔들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그러니 잠시 뒤면 나는 또 나를 사랑하게 될 것이라는 것.

이 믿음 하나면

일순간 나를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일 같은 건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다.

그러니 믿어라.

나는 내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잠시 머물다가는 부정적인 감정 따위는

절대 그것을 해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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