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새로운 것이 나를 설레게 한다. (69번째 이일)
이제는 그다지 옷차림에 신경을 쓰지 않지만
그럼에도 때가 되면 옷을 사고 싶어진다.
더 걸 곳도 없이 옷장에 옷은 많은데
왜 입을 옷이 없는 걸까.
돌이켜보면 매년 입는 옷은 한정적이다.
손이 가는 옷들은 계속해서 손이 가고
그렇지 않은 옷들은
월세도 내지 않은 채 매년 옷장을 차지하고 있는 중이다.
미니멀을 추구하지만
옷장만큼은 미니멀이 힘든 듯싶다.
해마다 입지 않을 옷들을 정리하며
큰 박스로 한두 개쯤은 해치우는 것 같은데
매년 이렇게 버릴 옷이 나타나는 걸 보면
옷들이 짝짓기라도 하는가 싶다.
봄이 되고 각각의 계절이 변해가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깥의 날씨이다.
눈으로 보기에도 달라진 온도는
직접 맞닥뜨리면 단번에 계절이 지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옷가게도 계절과 함께 나란히 하는 법이 없다.
항상 그 계절의 앞에 서서
다가 올 계절을 맞이하곤 한다.
그리고 나도 옷장의 옷을 정리하며 새로운 계절을 맞을 준비를 한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는
늘 새로운 것이 나를 설레게 한다는 점이다.
옷장에 걸린 옷은 왠지 나를 설레게 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그렇게 잠시 눈을 돌리면 처음 보는 낯선 옷들이 나를 반기는 듯하다.
나는 그 손짓에 속아 또다시 옷을 구매한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구매한 옷들은
입기만 하면
나를 마치 곧 피어날 꽃밭에 꽃처럼 만들어 줄 것 같지만
실상은 생각 같지 않다.
화면 같지 않은 색상과 사이즈 그리고 내 몸과 어울리지 않는 핏.
그럼에도 꽤나 귀찮은 반품과 교환 과정을 거칠 생각은
애초에 없던 듯하다.
그렇게 옷장에는 택도 떼어내지 못한 옷들이 점점 쌓여간다.
설레는 마음으로 새로운 옷을 찾아대던 나는 어디로 가버리고
결국 손에 집히는 건
작년에 편히 입었던 옷들 뿐이다.
그렇게 나의 옷장은 점점 과부하가 걸리기 시작한다.
이렇게 매년 반복되는 옷장과의 싸움은 언제쯤 끝이 날지.
해마다 다짐은 하고 있는데.
다행히도 올해는 아직까지 잘 참아내고 있는 중이다.
이 마음이 정말 잘 참아내는 것인지
아니면 이제는 새 옷을 사는 일조차 귀찮아진 덕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뭐가 어찌 됐든
올해는 매년 함께했던 옷들과
설레는 봄을 맞이해 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