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더 신경 쓰이는 일이 된다. (83번째 삼일)
대부분의 시간을 휴대폰과 가까이 지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카톡의 알림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카톡에 바로바로 답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런 나도 괜히 답을 미루고 싶어 질 때가 있다.
번갈아 울리는 상대와의 카톡이 점점 늘어지는 경우다.
나 혼자만 의욕적으로 그 대화에 참여하는 기분이 들고
괜히 기분이 상한다.
그래서 못나게도
상대도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느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의식적으로 답장을 늦게 하곤 한다.
하지만 상대가 지금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을
그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어가면 되었을 뿐인데
사라지지 않는 숫자 1마다
굳이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매우 좋지 않은 방향으로.
누가 먼저였는지 어떤 목적의 대화였는지는 덮어둔 채
나와 다른 속도로 대화에 참여하는 상대가 얄미워서.
그런데 나도 급히 처리해야 할 업무라던지
갑자기 생긴 사정들로 인해
누군가에게 양해를 구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리고 분명 없지 않았을 것이다.
그때마다 누군가가
나를 향한 서운한 마음을 그대로 내비쳤다면
나는 상대를 극도로 예민하다고 불편해 했을지도 모른다.
방금 전까지 나와 대화를 나누던 상대가
갑자기 답장이 늦어진다면
그저 나와는 다른 상황에서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고 생각하면 그뿐이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고
하물며 지금 나와의 대화가
잠시 피곤한 일이 되었을지라도
상대를 나무라듯
당해 보하는 듯이
일부러 카톡의 답장을 늦게 하는 것은
과연 누구에게 더 신경 쓰이는 일이 되는 것일까.
아마 나 자신일 것이다.
보란 듯이 답은 하지 않고 있지만
온 신경은 그 카톡의 대화방에 집중되어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에 눈에는
그저 일이 있어 늦어지는구나 여겨질 타이밍 안 맞는 대화가
나에게만 극도로 예민한 대화가 되어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니 나와는 다른 답장의 속도에 굳이 연연하지 말고
잠시 할 일을 하며 기다려 보는 것이 어떨까.
당장 오늘 오지 않는 연락이라도
올 연락은 어떻게든 오게 되어 있으니까.
그러니 부디 혼자 조급해하지 않아도 좋을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