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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도 단계가 있다.

계속 이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84번째 일일)

by 김로기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가다 보면

관계에서도 단계가 있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다.

관계의 깊이와는 달리

어떤 순간이 되면

그 사람과의 다음 단계가 왔음을 직감하게 된다.

언제나 주고받던 대화가 끊기지 않던 날들이

더 이상 그것이 되지 않을 때.

주고 받을 대화의 소재가

이제는 바닥이 나고 있음을 깨닫게 되는

바로 그때이다.

그때에 직면하게 되면

더 이상 주고받을 대화가 없어진 나머지

시선은 휴대폰으로 향하고

시답잖은 대화는 두 사람 사이에 힘 없이 떨어지고 만다.

그때 새로운 소재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관계의 단계를 발전시키는 일이다.

예를 들면 부부들이 해를 거듭하면서

더 이상 두 사람 사이의 대화의 소재가 없어졌을 때.

그때 보통 부부들은 아이를 떠올리곤 한다.

딩크를 꿈꾸던 그들도

더 이상 둘만의 이야기로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웃고 떠들기 힘들어지는 시기임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간을 두 사람의 공통된 관심사로 채워가며

단계를 발전시키는 경우도 많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이라는 다음 단계로 찾아가기도 한다.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매일 같이 보던 친구들과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면

그 관계 또한 정체되기 시작하고

여백이 없던 대화를

예의 바른 이모티콘들이 대신할 때가 많다.

그럴 때 답장을 하기 위해 키보드에 손을 올려두고도

한참 동안 일정한 속도로 반짝이는 커서를 보며

예전만치 않은 관계를 알아채기도 한다.

모든 관계는 시작할 때와

일정하게 유지되기란 매우 힘들다고 본다.

아니,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변해가는 관계를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것은 아니다.

관계에도 단계가 있고

그 단계는 언제나 오르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변화하는 관계에 따라

적절한 태도와 마음으로 대처하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관계의 오르 내림이

결코 그 사람과의 깊이가 달라졌다고만은 볼 수 없으며

그 관계를 다음 단계로 이어나가고자 하는 마음이 존재하는지

그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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