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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올 집이 있다는 것.

집이 좋아 집순이가 되었다. (4번째 일일)

by 김로기

인간이 생활하는데 기본이 되는 의식주.

요즘은 밥을 굶는 사람이 드물고

옷은 옵션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집은 다르다.

내 집이라 부르는 공간은

사실은 남의 집일 수도 있고

오늘 하루 나의 집 일 수도 있으며

평생 은행과 함께 집의 구석구석을 땅따먹기 하는 느낌으로 살아가기도 한다.

어떤 형태로 살아가든

오늘 하루 내 몸을 눕히고, 마음을 안락하게 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은 나의 집인 것이다.

올봄에 친구들과 3박 4일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정말 친한 친구들이라 계획을 짜고, 예약을 하는 것부터 너무 설레었었다.

친구들과 있던 단톡방에서도 모두들 들떠있었던 분위기가 생각난다.

미처 해도 뜨지 못한 새벽부터 피곤한 줄도 모르고

공항으로 출발하던 길

그 들뜬 마음에 집을 떠난다는 생각은 크게 없었다.

미리 준비한 일정을 소화하며 하루하루 즐겁게 보냈던 것 같은데

문뜩 집이 생각났다.

궁금해졌다.

"잘 있으려나."

이 시간에 나는 집에서 무엇을, 무엇을 하고 있었는데.

한 번씩 그런 생각들이 스쳐 갔다.

여행이 즐겁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다.

물론 모두 즐거웠고 행복했다.

하지만 매일 나와 함께 하던 곳이었기에

내 사람이 생각나듯 내 집이 생각났던 것 같다.

내 집은 감정도 없고, 온도도 없으며

나를 위로하는 말조차 할 수 없는데

그런 집에서 나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위로받는다.

그게 집인 것 같다.

아침 일찍 일터에 나가거나, 병원에 갈 때도

결국에는 나의 집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버틸 수 있는 것 같다.

돌아올 집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오늘도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나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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