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계절. 귀한 시기. (3번째 삼일)
유난히도 길었던 올해 여름에도 끝이 보이는 듯 싶다.
여름은 더 뜨거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질 테니
봄, 가을이 귀해질 수밖에 없다.
아침 바람에 열기가 덜하고
미세하게나마 시원한 공기가 찾아오는 시간이 빨라졌다.
아침에도 얇은 긴팔과 한여름 반팔 사이에서 고민하게 되고
여러모로 여름의 끝을 느끼고 있다.
내일부터 한낮의 기온도 20도를 웃돈다는데
이제 가을 하늘을 기대해도 되는 걸까.
가을 하늘보다는 봄의 땅을 좋아 하지만
그마저도 귀해진 지 오래인지라
올해는 며칠이나 그 하늘을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며칠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금세 어깨가 움츠러드는 겨울이 올 테니까.
계절은 봄, 여름 절반을 넘어가는데
달력은 네 장밖에 남지 않았다.
이 시기쯤 되면 항상 드는 생각은
나는 올해 무엇을 했는가 이다.
해가 넘어오기 전 기록해 두었던
나의 버킷리스트들과
나와의 다짐들.
갑자기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한다.
너무 해놓은 것이 없는 한 해는 뭐라도 하나 더 해보려는 마음에 조급해지고
그나마 성과가 있었던 한 해는 그 성과에 날개를 달기 위해 쫓긴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초조하다.
이대로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그때는 정말 걷잡을 수 없다.
곧 하늘이 푸르고 귀한 날들이 다가오겠지만
나를 조금 진정시킬 필요가 있겠다.
그 하늘과 공기가 귀해진 만큼
나에게도 귀한 시기가 될 테니까.
조금 더 차분히.
그렇게 나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