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것 보다는 새싹을. (48번째 이일)
식물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당연한 소리겠지만
식물이 잘 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나는 꽃이 피는 식물보다는
초록 잎사귀가 특징인 여러 반려식물을 키우고 있다.
드라코, 몬스테라, 스킨답서스, 홍콩야자까지.
그 외에도 몇 가지 더 있긴 하지만
대부분 작고 큰 초록 잎의 식물들이다.
식물을 돌보는데 꽤 많은 공을 들이는 편이지만
그에 비해 성과는 낮은 편이다.
사실 앞서 나열한 식물들은
내가 잘 키웠냈다기보다
스스로 잘 살아남은 식물들이다.
처음 들여오는 날부터
큰 탈 없이 무럭무럭 자라 왔다.
그리고 잘 살아남았다는 말은
물론 그렇지 못한 식물들도 있다는 말이 된다.
여러 가지 허브들과 올리브나무를 키운 적이 있었는데
그중 올리브나무는 가느다랗게 꺾인 줄기가 참 매력적인 아이였다.
하지만 처음부터 과한 애정과 함께 쏟았던 물 주기가 문제였는지
집에 들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들어 죽고 말았다.
그리고 허브는 생각보다 잘 자라기는 했지만
벌레로부터 강하다고 들었는데
어느 순간 작은 벌레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얼마 못 가 징그럽게 모여들기 시작했다.
차마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약을 뿌리고 물로 씻어 보기도 했지만
그 뒤로 베란다에 방치된 허브들은 벌레와 함께 그대로 말라죽고 말았다.
이쯤 되면 나는 식집사의 자격이 없는 것도 같은데.
그래서 나의 애정도와 그에 따른 기여도에 알맞고
때문에 내 곁에서 잘 자라는 초록잎 식물만 살아남은 듯하다.
봄이 되면 곳곳에 보이는 새싹과 싱그러움으로
또 새로운 식물을 들이고 싶겠지만
올해는 조금 참아보려 한다.
작고 소중한 새로운 것들에 애정을 나누기보다는
지금까지 잘 버티며 살아남아준 우리 집 식물의 새잎을 보고 싶다.
그리고 그들을 최대한 오래도록 가꿔나가는 것이
매년 초보 식집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의 신년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