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무게를 재는 일.

나를 방치하지 않는 아주 사소한 방법. (64번째 삼일)

by 김로기

심각한 비만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이어트를 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내가 매일 몸무게를 재는 것은

나를 방치하지 않기 위한 하나의 루틴과도 같다.

어떤 사람들은 매일같이 몸무게를 재는 일이

자신을 더 예민하게 만드는 일이라고도 하지만

나는 그저 나를 방치하지 않기 위해 체중계 위에 선다.

나를 방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나를 사랑한다는 의미와도 같다.

고로 나는 나를 사랑하는 행위를 매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아침마다 나의 체중을 확인하면

어제의 나를 떠올릴 수 있게 된다.

어제의 나로 인한 결과가 정확한 수치로 보여진다.

단순히 체중만이 표시되는 것이라 자세한 몸의 상태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적당한 선에서 나의 몸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안심시킨다.

요즘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이야기하고 있고

나 또한 시간이 갈수록 그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체감하는 중이다.

나는 내가 가장 잘 다룰 수 있고

그렇기에 함부로가 가장 쉬운 사람이기도 하다.

우리가 밖에서 넘치는 친절을 베풀고

집 안에서 가족에게 베풀 친절이 남아 있지 않듯이

가장 마지막까지 미뤄두는 것이 나를 향한 친절이다.

그것이 바닥을 드러내어

결국 자신을 향한 손을 놓아버리는 안타까운 순간을 직면하기도 한다.

자신을 돌봄에 있어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

바로 스스로를 방치하는 것으로부터 벗어 나는 일이다.

아무리 몸이 힘들고 정신이 피폐해져 있다고 해도

나를 방치해서는 안된다.

내가 나를 잘 돌보면

누군가 나를 향한 비난을 일삼아도

회복이 가능하다.

나는 적어도 나라는 자신으로부터 보호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늘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것을 눈에 보이는 행위로 옮기면

조금 더 쉽게 그 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체중계 위에 올라 나의 어제를 떠올리며 오늘을 계획하거나

나를 위한 건강한 음식을 정갈한 그릇에 차려 먹거나

내가 가장 먼저 듣게 될 나의 말을 예쁘게 내뱉거나

이러한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행위 하나하나가

결국 나를 돌보고 사랑하는 일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혹시라도 모두에게서 버려진듯한 고통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면

뭐든 눈에 보이는 한 가지만 행동으로 옮겨 보는 것은 어떨까.

매우 작은 일이어도 좋다.

체중계에 올라서는 일과 같은 작은 시작이

내일의 나에게는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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