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상추를 심었다.

올해는 부디. (75번째 일일)

by 김로기

올해도 상추를 심었다.

직접 기르고 손이 가는 걸 좋아하는 내가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고작 상추 심기 정도가 다다.

남들은 베란다를 개조해 배추도 심고 토마토도 심고들 한다지만

아직 거기까지 나의 손을 뻗치기에는

열정이 부족하다.

얼마 전 귀농하신 시아버님 댁에서

상추 모종 몇 가지를 얻어 왔다.

길쭉한 화분을 손봐서

얻어온 모종을 심고 집에 있던 흙을 덮었다.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였다.

깨끗이 뒷정리를 하고 햇빛에 가지런히 올려둔 상추들은

보기에도 싱싱해 보였다.

얼마쯤 뒤면 밥상에 오를지 모르겠지만

이번엔 잘 키워보리라 다짐한다.

여기에 "이번엔"이라는 말이 붙었다는 것은

매년 심기를 반복하지만

그럴싸한 수확은 없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시골 텃밭에서만 가능한 냄새나는 비료도

하루 온종일 가득 쬐는 햇빛도

여기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상추쯤은 다들 잘 키워내는 집들이 많기 때문에

올해도 상추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부디 올해는 손바닥만큼 커진 상추를 볼 수 있기를 바라며

매년 반복되는 상추심기를 마무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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