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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에서 피어난 나눔이 진짜 나눔이었다.

나누지 못할 정도로 가난한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87번째 이일)

by 김로기

남에게 베풀고

그것을 아까워하지 않고

언제나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한다.

"부유한 사람들은 늘 여유로운 법이지."

나도 물론 비슷한 생각을 한다.

자기 곳간이 비워져 있는데

누가 누굴 도울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그런 모두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 번씩 뉴스기사가 뜬다.

'평생 노점에서 번 돈을 학교에 기부한 할머니.'

'폐지를 모아 번 돈으로 지역사회에 기부.'

이런 기부천사들에 대한 기사가 날 때마다

좋은 생각만이 들지는 않았다.

넉넉히 가족을 부양할 돈도 없는 사람들이

누가 누굴 위한 기부를 하는 건가 싶은 그런 생각.

나는 평생을 가도 모를 것 같은 그들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내 기준에 여유라고는 꿈조차 꾸지 못할 그들의 환경은

어떻게 그들을 여유롭게 만들 수 있었을까.

나는 아직도 그들의 마음을 완전히 알지 못한다.

어쩌면 평생을 가도 그들의 마음 같은 건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들은 웃고 있었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이 없다고 단정 지어 말했던 그들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나누는 행동을 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쩌면 나 같은 사람들은 평생을 가도 절대 알 수 없는

진짜 미소일지도 모르겠다.

그들에게 남을 돕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배부르게 하고

스스로를 여유로워지게 하는 일이었다.

그들만이 알고 있는 진짜 돈의 가치를

나는 평생토록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에 나눌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한 사람들은 없다던

한 할머니의 말씀을 떠올리며

내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든

언제나 나눌 준비는 되어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한다.

그리고 나누는 것은 일방적으로 건네는 일이 아니라는 것 또한

진심으로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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