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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두번째 접촉사고.

돈 나갈 자리를 알고 돈이 들어오는 법이다. (87번째 일일)

by 김로기

작년 연말 정산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돈이 생겼다.

물론 내야 할 돈 내고 돌려받을 돈 돌려받는 일에 불과하지만

연말정산 환급금은 어딘가 모르게 거저 생긴 돈 같은 느낌이 든다.

어디에 쓸까를 한참 궁리하다가

일단은 묵혀두기로 하고 얼마 뒤.

접촉사고가 나고 말았다.

며칠 전 사고 이후로 두 번째 접촉사고였다.

다행히 서 있는 차와의 사고였던지라

사람이 다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지출이 생기고 말았다.

그때 마침

엊그제 묵혀 두기로 한 연말정산 환급금이 생각났다.

한편으론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 들다가도

어떻게 목돈이 들어온 줄 알고 돈이 나갈 일이 생긴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분히 이번일 뿐만이 아니라

그동안에도 이런 일은 종종 있었다.

어딘가에서 여윳돈이 생기면

어딘가에서는 어떻게 알고 그 돈이 나갈 일이 함께 생기곤 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그런 일들이 생길 때마다

참도 야속하고, 씁쓸한 마음이 들곤 했다.

맞는 비유인가 싶은데

누울 자릴 보고 발을 뻗는다는 말처럼

돈 나갈 곳을 알고 돈이 생기기도 하는 듯했다.

아니, 뜻밖의 수입은 반드시 용도가 생긴다.

잠시 이런 생각에 한숨을 내어 쉬고 있다가도

한편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일의 순서야 어찌 되었든

벌어진 일에 대해 수습할 돈이 있어 다행이구나.

뜻밖의 횡재는 없겠지만

크게 걱정할 일 또한 없겠구나 하며.

허탈한 웃음과 함께 돈의 흔적은 사라지고 만다.

이 또한 살아오면서 겪은 나만의 이치인지라

경험하는 동안에는 썩 유쾌한 일들은 아니었지만

생각을 바꿔보면

일은 터졌고

해결할 돈은 마련되어 있는 상태라 다행이기도 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말미암아

앞으로도 생각지 못한 돈이 생기면 잠시 불안하긴 하겠지만

그때도 지금처럼

"큰일이 아니구나, 그래도 다행이구나"

싶은 감사한 마음이 들기를 바란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예상치 못한 행운마저도

오로지 우리의 몫이 되는 날이 오기를 조금 욕심 내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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