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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꿈을 꾸며 생각한 것들.

삶에 대한 집착이 미련이 되지 않도록. (89번째 삼일)

by 김로기

어젯밤 나쁜 꿈을 꾸었다.

다행히도 나쁜 일이 일어나려던 순간 꿈에서 깨어 버렸다.

열심히 달리던 버스 안에서

내가 탄 버스를 향해 돌진해 오는 다른 버스를 발견했다.

버스는 그대로 다리 아래로 추락했다.

다리는 공항 가는 길에서나 볼법한 높은 대교였고

나는 그 찰나 같던 순간에도

어떻게 하면 살 수 있을지 고민했던 것 같다.

죽기 직전 마주한다던 주마등은 없었지만

느리게 플레이되는 버스 안의 상황들이 나를 꼼짝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때 나는 꿈에서 깨었다.

깨고 나서야 꿈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게 생생한 꿈은 오래간만이었던 것 같다.

꿈에서 깨고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려

몸을 일으키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그리고 버스 추락사고에 대한 생존율을 검색해보기도 했다.

대부분이 처참한 기사와 결과였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뜻하지 않는 사고로 죽음에 직면하게 되면

나는 어차피 가망이 없는 죽음의 순간 앞에서도

누군가를 떠올리기보다

살기 위한 생각을 먼저 하게 되겠구나.

그 순간 나의 인생의 소중한 다른 누군가를

떠올리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은

그저 허울뿐인 이상에 불과하구나.

삶에 대한 집착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이어지는 것이구나 싶었다.

내가 그렇게도 붙잡고 싶었던 삶에 대해

나는 지금 적절한 태도로 임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서도

질책 같은 질문이 생겼다.

그리고 또렷해졌다.

내가 지금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지금 살고 있는 내 삶은 언젠가 반드시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그날이 될 거라는 것.

그날에 다다라서 한치의 후회도 없도록.

어쩌면 조금 주제넘을 수도 있지만

삶에 대한 집착이 미련이 되지 않도록.

그렇게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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