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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에는 새가 산다.

그들의 옆집에 내가 이사를 왔다. (89번째 이일)

by 김로기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 창문을 열면

나름의 다른 종임을 알리는 새소리가 들린다.

조금씩 다른 그들의 소리는

주변에 꽤나 많은 새가 살고 있음을 알게 했다.

작지만 높은음을 내는 새는 조그만 아기 새 일 것만 같고

청량하고 맑은 소리를 내는 새는 화려한 외모를 가졌을 것 같고

둔턱 하고 걸걸한 목소리의 새는 왠지 덩치가 클 것만 같다.

요즘 들어 다양한 소리의 새들이 각자의 존재를 드러내는 것이

새의 계절이 왔나 보다.

새잎이 피어나고

하나 둘 애벌레가 모습을 보이면

새들은 가족을 늘려간다.

봄은 그들이 새끼를 늘려가도록 많은 도움을 주는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울어대는 새소리를

모두가 반기는 눈치는 아닌 듯싶다.

때문에 그들의 번식이 달갑지 않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한창 돋아 날 새잎 위에 애벌레를

물어다 줄 그들의 새끼들이 없다면

아마도 우리는 계절을 지나 빈곤한 식탁을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애벌레의 입장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겠지만

시도 때도 없이 새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

차라리 다행인 것이다.

오늘도 산책을 나가서 마주친 새가

왠지 익숙하고 낯이 익은 게

아침에 내게 소리를 들려주던 새 같기도 하다.

요즘 들어 부쩍 들리기 시작한 새들의 소리가

어떤 이들에게는 귀찮고 못마땅하게 들리기도 하겠지만

갑작스레 존재를 알리기 시작했던 것은

어쩌면 그들이 아니라 우리일지도 모른다.

먼저 이곳에 살던 그들의 옆집을 허물고

어느 날 갑자기 우리가 등장한 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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