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것들의 적응기간.

매년 반복되는 계절은 언제나 낯설다. (100번째 삼일)

by 김로기

어쩌면 이 계절은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필연적인 어려움보다도 적응하기 힘든 것 같다.

직장에서 낯선 일과 사람 사이에서 견뎌내야 할 한 달.

모든 택배 배송지나 관공서에서

내가 이사 간 낯선 집의 주소를 옮기기까지의 한 달.

새로 먹기 시작한 낯선 영양제를

꾸준히 먹게 되는데 까지 걸리는 한 달.

그렇게 낯선 것들이 적응해 가는 데에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매년 돌아오는 네 개의 계절들은

벌써 수십 년째 반복해서 겪고 있음에도 잘 적응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지난겨울은 작년 겨울에 비해 더 눈이 많이 왔던 것 같고

올해의 여름은 작년 여름에 비해 훨씬 더운 여름이 될 것만 같다.

긴 장마를 예고한 지 얼마 후

실제로 비가 내린 날은 손에 꼽을 정도다.

그러더니 어느덧 실질적인 장마는 끝일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돌고 있다.

그렇게 느닷없이 시작되어 버린 올해의 여름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눈살이 찌푸려진다.

과연 이 더위에 맞설 수는 있을까 싶은 생각마저도 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는 그 계절을 보내야 하고

나름의 적응기간을 걸쳐 결국엔 익숙해져 있다.

눈을 뜨면 시작되는 더위가 당연해지고

찬물을 들이켜는 횟수가 잦아진다.

그렇게 조금씩 더위에는 적응을 해 나가는 것도 같다.

하지만 그것도 얼마 뒤면

열린 창으로 찬바람이 스미기 시작할 테고

이내 긴팔의 겉옷이 옷장에서 나오고 만다.

결국 올해도 길고 긴 더위에 적응할 준비를 하려다 결국 다른 계절을 맞게 될 것이다.

한 계절이 가고 또 다른 계절을 맞으며

우리는 다가오는 그것들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어떤 계절은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지나버리기도 하고

어떤 계절은 과연 적응이 될까 걱정하다 지나쳐버리기도 한다.

우리는 어쩌면 어떤 계절에도 완전히 적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다가오는 그 계절이 작년에 내가 겪은 이름만 같은 그 계절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착각은

올해도 새로운 계절 앞에서 나를 당황스럽게 한다.

마치 처음 만나는 계절인양 언제나 새롭고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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