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함에 찍힌 검은 점 여러 개.

대상 없는 의심과 낯선 두려움. (104번째 이일)

by 김로기

예전 도시 괴담 중에 초인종 옆에 그려진 그림이

해당 집에 사는 구성원을 표시하고 있다며

사람들 사이에 이야기가 돌았던 적이 있다.

그 괴담은 영화로까지 만들어지면서 더 섬뜩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아파트 단톡방에 비슷한 글이 하나 올라온 적이 있다.

우편함마다 표시된 알 수 없는 의문의 점들.

각각의 집마다 개수가 다르게 찍혀 있었고

그일로 한동안 아파트 주민들은 공포에 떨어야 했다.

CCTV를 확인해 보자는 글부터

옛날 그 괴담이 생각난다며 두려움에 떨던 주민들은

결국 관리실에 확인을 요청했다.

나를 포함한 주민들은

모두가 당장이라도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이

찜찜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며칠 뒤.

비밀은 우연히 밝혀졌다.

우체부 아저씨가 등기를 전달하기 위해 한 집에 들렀다고 했다.

그 주민은 혹시나 우편함에 찍힌 점들에 대해 아냐고 물었고

우체부 아저씨는 본인이 그 점을 찍었다고 했단다.

우편물을 빠르고 쉽게 배송하기 위해

본인만이 아는 점을 찍어 두었다고 했다.

그 점들이 뜻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지 못했지만

그래도 영화에 괴담처럼 등장하는 표기는 아니라는 사실에

주민들은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괴담이 그저 괴담으로만 남을 수만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어딘가에서는 낯선 점 하나가 또 하나의 사건을 만들고

그 사건이 또 다른 범죄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다.

갈수록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작은 행동 하나에도 두려움을 느끼고

낯선 것들을 피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제는 당연해진 낯선 것, 낯선 사람들과의 거리 두기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지 모를 정도로

우리 일상에 깊이 박혀있다.

작은 점 하나에도 대상 없는 누군가를 의심하며 두려워하는 것이

오히려 스스로를, 그리고 가족을 지키는

당연한 일이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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