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온다. 고 말하고 싶다.

올해는 유난히 가을이 기다려진다. (117번째 이일)

by 김로기

너무 더운 날씨에

가을이 그리워지려고 한다.

여름을 시작할 때만 해도

끝나가는 봄의 기운을 아쉬워하기만 했지

가을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줄은 몰랐다.

하지만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길고 지루하기 짝이 없다.

말복이 지난 지가 한참인데

더운 공기는 물러갈 기미를 보이지 않고

휴대폰에는 무더위에 관한 재난문자가 시시때때로 울린다.

원래도 이렇게 여름이 길었나 싶다.

작년 이맘때쯤엔 한낮은 그렇다 치고

아침저녁으론 서늘한 공기가 조금은 숨을 쉬게 했던 것 같은데

올해는 웬일인지 서늘한 공기는커녕

공기 속에 알알이 들어찬 습하고 끈적이는 바람이

불쾌함만 높여주고 있는 듯싶다.

매일매일 더디게만 흘러가는 하루에

슬슬 지쳐간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사진 한 장에 괜히 마음이 설렌다.

언뜻 봐도 가을임을 드러내는 사진이다.

갖가지 낙엽들이 공원에 잔뜩 쌓여있다.

나뭇가지 끝에는 조금만 더 마르다 가는

곧 떨어져 버릴 듯한 나뭇잎들이

저마다의 푸른 끼를 잃어가며 바래가고 있는 중이다.

이 여름의 계절을 시작하면서

초록의 새잎을 반가워하던 나는

어느새 바래진 낙엽을 그리워하고 있다.

얼마나 더 지친 날들을 보내야

그 낙엽들이 지천에 깔린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무척이나 가을이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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