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고 단호하게. (117번째 삼일)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 앞에 서기를 꺼려한다.
하물며 그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큰 편이라면 더더욱이나 그렇다.
그동안 살면서 그런 경우들이 꽤나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으로
혹은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생각으로
그런 상황들을 종종 피하곤 했었다.
그랬다.
사실 나는 기가 센 사람들과 맞서기를 두려워한다.
그러다 보니
손해를 보는 일도 적지 않고
스스로나 그런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나
답답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았다.
하지만 그런 나의 성향은 좀처럼 변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실 나라고 그런 나의 성격이 맘에 드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드세고 목소리를 앞세운 사람들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것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어릴 때부터 여린 마음에 자주 눈물짓는 일이 많았지만
커가면서 나아지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꼭 필요한 순간이 되면
그때는 내 안에 무언가 그런 나의 두려움을 깨고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는 달랐다.
나이를 훌쩍 먹고
나름의 사회경험을 하며 다수의 사람을 경험했지만
성격은 달라지지 않았다.
어쩌면 그냥 이대로의 내가 편하고 이런 삶을 사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작은 손해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닌 문제들이 생긴다면.
혹은 내가 지켜야 하는 나의 가족을 대신해 목소리를 높여야만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단순히 내가 감당할 작은 손해와는 아주 다른 상황이 되어 버린다.
아직 직접적인 상황에 직면해서 그것들을 헤쳐나가야 하는 어려움 앞에 놓여있지는 않지만
이제부터라도 진짜 목소리를 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분명 나의 의견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진짜 내 목소리를 높여야만 하는 순간이 머지않아 오고야 말 것이다.
그날을 위해서라도 차분하고 단호하게
나의 목소리를 높이는 연습이 필요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