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하기만 하다면 미리 청산하고 싶다. (118번째 일일)
나는 상대적으로 결혼을 일찍 한 편이다.
그렇기에 어쩌면 당연하게도 많은 친구들이 내 결혼식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사실 지금은 연락이 끊긴 친구들도 꽤 되는 편이다.
결혼해서 유부녀의 삶을 살기도 했거니와
각자의 다른 생활과 환경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멀어지기도 했다.
그렇게 연락이 뜸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구 하나 서운하다거나 불만을 제기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모든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고 누구나 그렇게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갑작스레 그들로부터 울린 카톡 알림음이었다.
오래전 연락이 끊켰다거나
카톡의 업데이트된 친구목록에서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던
그들로부터 온 간만에 연락 하나가
이제는 그다지 반갑지는 않은 일이 되었다.
그런 오래된 연락의 이유는 대부분 경조사나 부탁에 관한 일들인데
나 같은 경우는 경조사가 대부분인 듯싶다.
십여 년 만에 나타나서 뻔한 인사말 몇 마디 주고받다가
결국은 모바일 청첩장을 보내오곤 한다.
기분이 나쁘다는 말보다는
내 결혼식에 와주었으니
어찌 보면 반대로 참석하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이 될 수 있겠지만
결혼식 이후 다시 그 전과 같은 고요한 사이로 돌아갈 것이 뻔한 관계들은
난감한 마음이 더 앞서기 마련이다.
물론 결혼 소식을 전한 그들 또한 편한 마음으로 내게 청첩장을 보낸 것은 아니겠지만
참으로 두 사람 모두 난감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생각하면
오래전에 진 빚을 시간이 지나며 드문드문 갚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겠지만
사실 나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다.
모든 일에 있어 손해와 이익을 따지는 것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지만
하나뿐인 결혼식에서까지
그런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가끔 그런 갑작스런 연락을 받을 때마다
한 번씩 고민하게 된다.
"나는 도대체 얼마의 빚이 남은 걸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