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제일 귀한 줄 알았더니.

다른 존재가 나타났다. (118번째 이일)

by 김로기

나에게는 언제까지나 내가 제일 귀할 줄 알았다.

나는 영원히 내가 가장 귀한 존재로 남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을 요즘 들어 느끼고 있다.

비 오는 날 상대 쪽으로 한참 기울어진 우산을 보며

그냥 배려가 깊은 사람이구나

혹은 그 상대가 여성이라면 누가 봐도 그 편이 좋아 보이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른 것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를 향해 완전히 기울어진 아빠의 우산이나

자신의 얼굴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히다 못해 흐르고 있지만

그럼에도 안고 있는 아이를 향해 작은 선풍기를 대고 있는 엄마의 모습.

그들의 모습을 보면

어쩌면 그것은 배려 그 이상의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자신보다 소중하고 연약한 어떤 대상을 위한

헌신과도 같다.

누가 시키거나 강요해서가 아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서 나오는 행위도 아니다.

그저 스스로 아끼는 그들을 향한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동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 자신을 내려놓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나

한편으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미련한 행동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으나

어쩌면 그들은 그들의 자식을 자신보다 귀하게 여기게 되었기에

그런 행동을 보일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존재가 나타나기 전에는

나라는 사람보다 더 귀한 사람은 없다는 너무도 당연했던 생각들이

한순간 물거품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에게 같은 마음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며

어느 것 하나 옳고 그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아이를 낳고 많은 것이 변한다.

나보다 더 귀한 존재가 있을 수 있다는

신비롭고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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