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층엔 고양이가 산다.

잘 지내니. (109번째 삼일)

by 김로기

이사 오기 전 나는 4층짜리 빌라 꼭대기에 살았다.

그 바로 아래층에는 중년의 부부가 함께 살았는데

활동하는 시간대가 달라서인지

그 부부를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현관아래 작은 우유구멍이 뚫려있는 것을 보았다.

고장이 나서 뜯었다기에도 애매하고

일부러 뜯어냈다기에는

종종 내부의 말소리도 들리고

뚫린 구멍 사이로 집 내부가 살짝살짝 보이는 것이

굳이 일부러 구멍을 냈다고 보기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뒤

그 궁금증이 깨끗하게 해결되었다.

아침 출근길 분주히 1층으로 내려가던 길에

우연히 3층에 있던 우유 구멍사이를 빠져나오는

무언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고양이었다.

고양이는 익숙하게 구멍 사이를 넘나들고 있었고

나의 인기척에도 급히 자리를 피하거나 하지 않았다.

아마 주인내외의 손을 탔거나

이사오기 전 집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 때문일 거라고 추측은 하지만

사실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여전히 내가 그 고양이를 기억하는 이유는

종종 우리 집 문 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누군가 집에서 나오기를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이 말이다.

그 무렵 남편은 담배를 피우기 위해 건물 밖으로 자주 나가곤 했는데

왠지 그런 남편을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하다.

고양이는 자주 건물 밖에서 목격되곤 했는데

우리가 살던 빌라 1층에는

건물 외부와 내부를 막아서는 유리문이 있었다.

아마도 그 문을 스스로 열지 못해서

누군가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다.

똑똑한 것이

남편이 자주 밖에 나간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우리 집 앞에서

그런 남편을 기다렸던 모양이었다.

덕분에 나도 종종 그 고양이를 보며 정을 붙여 나갔다.

처음엔 낯선 동물이라 선뜻 다가가기도 무서웠지만

어느샌가 마치 우리가 키우는 고양이인 마냥

우리 주변을 맴돌기까지 했다.

남편과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남편에 걸음에 맞춰 다리 사이를 지나다니는가 하면

비가 오는 날에는

문 앞에서 밖에 있는 남편을 지켜보기도 했다.

뭐, 우리만의 착각일지도 모르겠지만

하루의 반의 반은 우리를 주인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고 할 정도였다.

나는 빌라를 오르내릴 때마다

고양이를 발견하면 함께 셀카를 찍기도 하고

그럴 때면 마치 뭘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조용히 뒤에서 기다려주기도 했다.

우리가 그 빌라를 떠나온 지도 벌써 2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이 생각나고

문득 한 번씩 보고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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