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이보다 초록의 여행지는 없을껄. (109번째 이일)
흔히들 여행지 하면
바다나 산 그리고 유명 건축물들을 떠올리곤 한다.
그곳에서 자유로움을 느낀다던지
쉼의 기분이 든다던지 하는 이유 때문에서 일 것이다.
하지만 내게 당장 떠나고 싶은 곳을 묻는다면
음, 나는 괜찮은 무덤들이 있는 곳을 떠올린다.
무덤?
대부분 무덤이라는 말에 공동묘지를 떠올리거나
여름이면 종종 떠오르는 공포체험의 오싹함을 떠올리곤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무덤이란
초록의 잔디로 뒤덮인 크고 둥근 동산과도 같은 모습의 고분이다.
한눈에 다 담기지도 않는 모습의 거대한 고분들은
죽은 자가 머무는 곳이라는 느낌보다도
광활한 초록의 느낌이 더 먼저 드는 곳이다.
그래서 내가 먼 거리임에도 자주 여행을 떠나곤 했던 경주도
그 광활함을 보고 느끼고 싶어서였다.
경주에 가면 무엇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대릉원이다.
크고 작은 고분들이 모여 있어 대릉원지구라고도 불린다고 한다.
특히나 주변에는 높은 건물이나 주변의 조경을 해칠만한 것들이 없기에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한다.
오로지 둥글고 초록인 무덤들과 군데군데 심어진 나무들 뿐이다.
한 번은 친구와 함께 대릉원 앞에 서서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풍경에 사진을 찍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느끼고 있는 그 광경은
한 시간이 넘게 정성을 들여 사진을 찍어보려 해도 담을 수 없었다.
대릉원은 그런 곳이다.
감히 손바닥만 한 핸드폰 카메라 따위로는 절대 담을 수 없는 곳.
아마 성능이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와도 그것을 온전히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 외에도 공주나, 부여 등 많은 곳에서 고분들을 볼 수 있다.
그저 화려한 겉모습에 반해 찾게 된 곳들이었지만
한 해 두 해 다니다 보니 웅장한 겉모습만큼
여전히 잘 관리된 그것들을 보고 있자면 어딘가 벅찬 마음이 들기도 한다.
한창 더위가 바다로 산으로 모두를 이끌고 있는 요즘.
어딘가 의미 있게 다녀올만한 여행지를 찾고 있다면
한치의 망설임 없이 추천해 본다.
무덤 보러 가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