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과 사위의 어색한 오목한판.

세상 가장 어려운 사이. (108번째 삼일)

by 김로기

우리 가족은 명절이면 큰집이 아닌

친정집으로 다 같이 모인다.

사실 다같이라는 말도 좀 그런 것이

엄마, 아빠, 나, 남편 그리고 남동생.

이렇게 다섯 식구뿐이다.

명절 당일이 되면

시댁에서 아침 겸 점심을 먹고 엄마 집으로 향한다.

평소에도 가까이 살아 자주 보기 때문에

눈물 나게 반갑다거나 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친척들이 많이 모이는 시댁과는 달리

조촐한 식구가 오붓하게 보내는 친정에서의 명절은

어딘가 분위기부터 남다르다.

우선 엄마 집에 도착하면

전날부터 세 식구가 열심히 부쳐댄 전들과

각종 음식들을 자랑하기 시작한다.

신기한 것이

명절이라고 집집마다 모두 같은 음식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엄마 집에서만 맛볼 수 있는 명절음식들을 가지런히 담아

엄마와 함께 상을 차린다.

남동생은 시큰둥하게 기대 앉아 핸드폰만 만지작 거리고.

그렇다면 이제 남는 것은 아빠와 남편이다.

장인과 사위.

어쩌면 가족 구성원 중에 가장 어렵고

늦게까지 친해지기 힘든 사이가 아닐까 싶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로 해마다 명절이면

두 사람 사이에는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서로는 아니라고 하지만

옆에서 보면 단번에 알 수 있다.

꽤 많은 명절을 보냈음에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내가 볼 땐 그다지 달라진 것이 없다.

그래서 이번 명절에는 두 사람을 위한 무언가를 준비했다.

바로 뭐든 다있는 그 마트에서 5,000원을 주고 구매한 오목세트이다.

그거라도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조금 낫겠지 하는 마음에서다.

새로운 직장이나 낯선 곳에 갔을 때도

주어진 역할이 뚜렷하지 않으면

그것만큼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만 한 것이 없듯이

나름 두 사람에게 할 일을 만들어 준 셈이기도 하다.

처음엔 굳이 이런 날 웬 오목이냐며 두 사람 모두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런데 잠시 후 엄마와 상을 차리다 돌아와 보니

세상에, 판이 꽤나 커져 있었다.

특별한 대화 없이 바쁘게 움직이던 손들이

바둑판에 돌을 가득 채워가고 있었다.

엄마와 나는 박빙이라며 분위기를 돋우기 시작했고

동생도 궁금했던지 어느새 가까이 다가와 앉아 있었다.

오천 원짜리 오목세트가 이렇게 활약해 줄 몰랐다.

놓여진 돌들의 수만큼이나

장인과 사위의 어색한 시간에 해마다 적응 해가는 중이다.

흑과 백의 색만큼이나

두 사람은 여전히 스스럼없이 섞일 기미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서로 애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 번씩 애써 웃어 보이는 웃음이 견디기 힘들 지경이지만

그럼에도 나날이 가까워지는 장인과 사위의 모습이 나름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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