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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도 체력전.

노는 것도 체력전이다. (6번째 이일)

by 김로기

귀한 주말이 다가온다.

하물며 날씨도 좋을 예정이다.

이런 날은 무조건 밖으로 나가야 한다.

주말을 위해 최소한의 동선으로 놀 계획을 짜본다.

영화를 보고 근처에서 밥을 먹고

두 다리가 덜 움직이고

두 눈이 덜 피로하게

모처럼 밖에서 시간을 보내려고 할 때에도

나는 웬만한 동선을 짧게 짜려고 한다.

나의 체력을 잘 알기 때문에.

야심 차게 계획하고 신이 나서 집을 나서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두어 시간 뒤면 점점 텐션이 다운될 것이다.

어린 시절에도 이 정도로 체력이 바닥이었나 싶어 생각해 보면

그때도 비슷했던 것 같긴 하다.

조용한 곳을 선호하고

사람이 과하게 많은 곳은 피해 다니며

내 안에 에너지를 조금씩 나눠 쓰며 미리 아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나들이는 체력전으로 이어져왔다.

나름대로 잘 관리가 되어 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부쩍 노는 것도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내 생각보다 급격히 체력이 떨어지고 있나 보다.

예전만큼은 아니더라도 날 좋은 날 콧바람 쐴 정도는 버텨줘야 하는데

큰일이다.

마흔도 안된 나이에 벌써 이런 걱정을 하는 것부터가 말이 안 된다고들 하겠지만

잠깐이라도 나들이를 다녀온 날엔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쳐 잠드는 나를 보면 당연한 걱정이 맞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내게는 작지 않은 걱정이다.

영양제가 됐든, 운동이 됐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세상엔 재밌는 게 너무 많으니까.

죽기 전까지 그것들을 즐겨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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