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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식사를 챙긴다는 것. (6번째 삼일)

by 김로기

주말엔 보통 세끼를 전부 챙겨 먹지는 않는다.

늦은 점심과 저녁.

이 두 끼가 우리를 책임 진다.

그만큼 하루를 짧게 쓰고 있는 것 같지만

주말이라는 좋은 핑계로 대부분 눈감아주는 편이다.

평일과 똑같은 24시간의 하루이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비효율적으로 쓰고 있는 느낌이 든다.

대부분 전날 먹다 남김 음식을 처리하는 식의

늦은 점심이 되곤 하지만

남편과 나는 딱히 불만은 없다.

굳이 거기에 에너지를 쓰고 싶어 하진 않으니까.

점심 이후

정말 대충이라는 표현이 적절한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적당히 해가 들고

고요한 시간이다.

TV 소리가 정적을 깨지 않는 다면

그 시간은 정말 다른 세계에 있는 느낌이니까.

그렇게 한낮의 햇살을 살짝 등지고 소파에 누우면

따뜻하게 등을 감싸주는 햇살의 포근함에

한두 시간은 그냥 지나가 버린다.

그러면 어느새 오후에서 저녁이 되어버린다.

저녁 무렵 눈을 비비며 정신이 온전히 깨지 않았음에도

당연하게 저녁을 준비하러 주방으로 향하는 것을 보면

머리로 식사 때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자연스레 기억하고 있는 나의 삶의 동력이 되어버린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밥을 챙겨 먹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도 당연히 나의 일부가 되어있다.

평일이 되면 또 다른 형식의 끼니를 채우며 하루를 보내고 있겠지만

무엇이 됐든

끼니라는 것은

나에게 식사라는 의미를 넘어서

긴 하루 중 한 번씩 쉼표를 건네며 쉬어가게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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