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고백

너는 여러므로 우리에게 선물 같다.

by 김로기

아가.

어제는 웬일인지 네 아빠가 안쓰러워 보이더라

혼자 많은 것을 짊어지고

책임이 막중해지다 보니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표정들이

조금씩 새어 나오는 거겠지.

가만히 옆에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힘내라고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줬는데도

애써 웃어 보이는 게

어딘가 더 안쓰러워 보이더라고

이십 대 철없는 시절에 만나

젊은 시절을 다 보내고

이제는 얼굴에 조금씩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어쩌면

마냥 철없던 시절의 너희 아빠가

보고 싶기도 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지만

고된 매일이 너무 안쓰럽고 속상해서 그런가 봐.

이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볼 바엔

우리가 원하던 것들을

조금 내려놓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말이야.

어서 네 아빠에게 얹혀 있는 짐을

조금 덜어주고 싶은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이

너무 미안하고 속상할 때가 있어.

그럴 때면

다들 티 나지 않지만

비슷하게 살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데도

그래도 온전히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는 것 같아.

아가.

나는 그저 네 아빠가 해맑게 웃었으면 좋겠어.

늘 웃을 일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자주 보고 싶어.

어딘가 마음 한구석 짠해지는 미소 말고

정말 행복에 겨워서 나오는 찐한 웃음을 보고 싶어.

아마도 네가 곧 그런 웃음을 짓게 해 주겠지.

너는 여러므로 우리에게 선물 같다.

우리 세 사람 모두에게

그런 웃음이 당연해지는 날을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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