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네게 그런 사람으로 남겨지면 좋겠다.
아가.
너를 만나고
너무너무 귀하고
행복한 시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오롯이 나 혼자만을 감당하며 살아오던 몸이
너라는 작은 아이를 하나 키워오기까지
힘든 날도 여럿 있었단다.
초반에는 무엇보다 입덧이 그렇게도 힘들더니
이제는 사람들이 입덧의 고통을
막달의 힘듦과 비교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아.
소화가 안 되거나
속이 쓰리거나
허리와 골반이 아파서
잠을 자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어.
모든 게
네가 세상 밖으로 나오려는 준비를
슬슬 하고 있다는 말이 되겠지.
그런데 너의 애씀을 알아가고
스스로를 토닥이고 있다가도
이상하게 나의 엄마.
곧 너의 외할머니 앞에서는
나도 투정이 심해지는 것 같아.
오늘은 이래서 힘들었고
어제는 그래서 힘들었다고.
마치 어리광을 부리듯
한참을 늘어놓다 보면
네게는 미안하지만
너희 외할머니는
너보다는 내편을 먼저 들어주곤 했었어.
내 딸 그만 힘들게 하면 좋겠다는 표정과 말투로 말이야.
막상 그런 표정과 말들을 들을 때면
결국 나도 네 편을 들게 되고 말이야.
매번 비슷한 결말을 맺지만
나는 또 어리광 같은 말들을 늘어놓게 되는 것 같아.
참 아이러니 하지.
그런데 그게 바로 엄마라는 존재인 것 같아.
나이 든 자식의 어리광에도
늘 편이 돼주는 사람이.
나도 네게 그런 사람으로 남겨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