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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로기 Oct 27. 2024

착한 사람.

때로는 만만한사람. (16번째 일일)

착한사람이라는 것.

고등학교때 주요과목 수행평가를

비교적 비 주요과목 시간에 하던 친구가 있었다.

대입을 위한 수시에 주요과목의 수행평가는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고

비교적 비 주요과목의 수업은 자습으로 대체되는 일이 많았기에.

지금은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 당시 가정 과목 시간이 그랬다.

비 주요과목이 가정 시간만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가정 선생님은 착해서 괜찮다며

그 시간을 이용해 다른 수업의 과제를 하곤 했었다.

우연치 않게 영어수업 시간 중 타교과목의 수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가정 선생님은 착해서 괜찮다"는 어떤아이의 말을 듣고

씁쓸한 표정을 짓던 영어선생님의 표정이 기억난다.

그때 우리가 말했던 착하다는 뜻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만만하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그 속내를 그 당시 영어선생님은 알고 있던 것이고.

지금 생각해보면 사회에서 착하다는 말이

있는 그대로 쓰이지 않는 순간이 많은 것 같다.

과연 착하다는 말 대신 우리가 하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

만만하다는 뜻이 아니었을까.

정말 죄송한 말이지만 그때의 나도 어쩌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상대에게 착하다는 인상을 심어주기까지

그 사람이 감당해야 할 것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참고, 배려하고,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얼마나 억울했을까.

상대를 생각하고 위한다며 행동한 일들이

결국 그들로부터 이용해야겠다는 마음을 들게 했다는 사실이.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지만

은연 중에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들이 자리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부터라도 자각해야 한다.

누군가의 배려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그 선한 마음에 상처가 되는 일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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