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15번째 삼일)
나의 몸속에는 개구리의 피가 자라는 것일까.
언제부터 인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온갖 초록한 것들에 대한 강한 집착이 있다.
더불어 초록의 결정체인 여름도 마찬가지이다.
그런 내게 전원생활이라 함은 결국엔 도달해야 하는 골인 지점과도 같다.
보통은 남자들이 나이가 들면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한다고 하는데
처음엔 공감하지 못했다.
전원생활을 시작하면서 겪어야 할 불편함이 먼저 떠올랐기 때문이다.
온갖 맛있는 배달음식이 많지 않고
편의점이나 마트 같은 편의시설도 적고
서점이나 영화관 같은 문화를 즐길만한 곳도 적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켓처럼 빠른 배송이 안된다.
지금의 나는 그것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기에
제일 불편함이 클 것 같기는 하다.
그럼에도 내가 마음 한구석 전원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방문만 열고 나오면 바로 머리 위에 있는 하늘과 햇살.
집 주변에 온통 천지인 초록한 것들.
그리고 작은 집이어도 나만의 마당이 있다는 것.
또 그곳에 심을 꽃과 야채.
소중하게 심고 자라는 식물들과 나의 가족을 지켜줄 적당한 높이의 담장.
그것들이 여러 가지 불편함을 알고 있음에도
내가 전원생활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
고작 식물이야 아파트 베란다에서 화분에 담아 키우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때그때 분갈이를 해줘야 하는 비좁은 화분에서 자란 식물과
어디가 끝인지 모를 넓고 깊은 땅에서 자라는 식물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날 좋은 날 마루에 앉아 그 모든 것들을 누리고 있는 나의 모습.
정말 꿈만 같다.
목표가 아니라 실현할 수 없는 꿈처럼 아득한 모습이다.
요즘은 낡은 시골집을 싸게 사들여서 손수 고쳐 사는 청년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만큼 실패를 맛보고 되파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지금 당장은 그것들을 누릴 마음의 여유가 없기에 실천에 옮기지는 못하겠지만
나의 인생에 잠시나마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 존재하기를 바래본다.
그때까지 나의 초록색 소망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