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지친 그대에게. (15번째 이일)
누군가 요즘 뭐 하고 지내냐는 말과 함께
언제쯤 시간이 괜찮냐고 물으면
일단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대답한다.
더군다나 요즘은 그 질문에 대한
피드백을 잘 보내지 않는 편이다.
처음에 물었던 상대의 의도에 따라
재차 질문이 돌아올 때는 결국 시간을 내어 만나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가벼운 인사가 실제 만남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말이다.
미리 시간을 내어 약속을 잡는 일이 부담스러워
골프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는데
그때는 갑자기 잡힌 약속 보다야
미리미리 정하는 편이 훨씬 낫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헌데 지금은 그 사람들이 이해가 간다.
미리 낭비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나의 에너지를.
이유를 알 수 없는 피로가 나를 둘러싸고
하고 싶은 것이라고는 잠자는 것 밖에 없는 지금의 나의 상태가
제일 먼저 끊어낸 것은 다름 아닌 대인관계였다.
오직 집 안에서 나의 가족과 함께 하는 정도 외에는
모든 것이 낭비라고 느껴질 정도로
바닥을 드러낸 것 같다.
마음 같아서는 주말을 온통 잠으로 채워서 다시금 체력을 회복하고 싶지만
한편으론 그렇게 날리기에는 이틀밖에 되지 않는 나의 짧고 소중한 주말이기에
절대 그렇게 보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당분간은 하루하루 조금씩 체력을 비축하며
일정 궤도에 오를 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한다.
마음도 사람도 모두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했다.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제일 기본이 되는 것이었다.
잘 먹고 잘 자고 가장 기본적인 생활들로 나의 하루를 채워 보려 한다.
아직 젊으니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
힘을 내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