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15번째 일일)
시작을 잘 하고 끝을 잘 맺지 못하는 나에게는
시시각각 변하는 작은 목표 여러 개가 있다.
습관과도 같은 작은 성과 여러 개를 목표라 칭하며
하루하루 선을 그어 나간다.
예를 들면
화분에 물 주기.
독서하기.
숏츠 30분 미만으로 보기.
적은 양이라도 운동하기.
다이어리 쓰기.
이런 작은 목표들을 하루 중 적당한 때에 배치해 두고
신경 쓰며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빼곡하게 하루를 보내는 것을 좋아했다.
어쩌면 그 이유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끝을 잘 맺지 못하는 이유가.
아무리 작은 목표라고 하더라도
매일같이 여러 개의 목표를 두고 조금씩 부담이 생기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침에 눈을 뜨면
평일에는 평일에 맞춰진 목표들이
주말에는 주말에 맞춰진 목표들이 나를 기다렸다.
하루라도 그것들을 건너뛰는 날에는
어김없이 목표에 대한 애정이 사라졌다.
그리고는 서서히 잊혀져 갔다.
스스로가 계획한 작은 목표들을
오래도록 이끌어갈 지구력이 없음에도
하나씩 추가되어가는 목표들에 또 지쳐갈 즈음
어떤 책을 읽게 되었는데
사소한 목표들이 나의 발목을 잡는다고 했다.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오래가지도 못할 사소한 목표에 얽매이지 말고
꼭 필요한 목표를 정해 그것에만 집중하라고.
몇 년을 썼다 지웠다 하는 to do list 말고
정말 내가 하고 싶은 몇 가지를 하기로 했다.
그 안에는 지금 쓰고 있는 "작심삼일" 콘텐츠도 포함되어 있다.
일 년 뒤에는 어떤 모습의 내가 되어있을지 궁금해진다.
연말이 다가오니 새로운 다이어리들이 나를 홀리겠지만
몇 달도 채 쓰지 못할 다이어리 따위에는 관심 끊고
그 시간에 나의 미래에 도움이 될 무언가에 집중하도록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