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가 될지 모르는 그들의 지금. (17번째 이일)
언젠가부터
눈물을 흘리는 포인트도
웃게 되는 포인트도
많이 낮아졌다.
그만큼 눈물을 잘 흘리고
잘 웃게 되었다는 말이다.
사람이 쉬워진 것 같이 보이기도 하고
감정의 변화가 들쑥날쑥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비록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하고 눈물샘이 터져서
난처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변화들이 꼭 나쁜 것 같지만은 않다.
더 솔직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아직 나이가 들었다고 말하기에는 어딘가 이른 느낌이 있음에도
이러한 감정의 변화에 대해 느끼고 있는데
중년을 넘어 노년의 나이가 되었을 때는
지금보다 웃고 울음에 문턱이 낮아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오히려 그런 감정들을 그대로 표출하기보다
잘 감추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런 사람들은 얼마나 애쓰고 있는 것일까.
지금도 이토록 나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어려운데
지금보다 훨씬 감정의 변화가 심한 상황에서
그것들을 감추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내를 품고 살아가야 하는지.
아직은 예상이 안될 정도다.
가끔씩 힘에 부쳐 짜증을 내곤 하는 어른들을 볼 때면
나이가 많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저렇게 자기 멋대로 굴어도 되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들도 꾹꾹 참아내다, 거를 만큼 걸러내다 겨우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들의 애씀에 보답하듯
나도 이해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모든 어른이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나이가 들었을 때
겨우 참다 마지못해 드러낸 나의 감정에
누군가가 부정적인 태도로 반응한다면
나는 많이 위축되고 초라해질 것 같다.
그날의 나를 생각하며 조금 이해하고 들어주려 노력해 보자.
언젠가 내가 될지 모르는 지금 그들의 감정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