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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Feb 24. 2016

나는 기능적인 사람이다.

실용주의 사회 / 실용적인 인간

Functional 특정한 목적을 수행할 수 있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또는 양쪽 모두에 속하는 실체(entity). 



자주적이지도 독립적이지도 않았지만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라고 나를 평가하고 싶다. 대학에서 가정에서 사회에서 내 모습은 어떤 보탬이 되고자 노력하고 배우는 것이었다. 원해서라고 할 수 없는 이중적인 모습이다. 아버지가 원해서 아버지 일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또는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인간이 되려고 애썼다. 특별히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거쳐왔던 일들을 돌이켜보면 내 능력을 벗어나는 일들이었다. 텍스트에 둘러싸옇고 내 두 손은 빠르게 키보드와 마우스를 재량 있게  움직이여했다. 어릴 적 꿈은 이미 예전에 사라진 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만을 배우려했다. 아주 작게 시장의 흐름, 무역, 영어, 특허 등을 알아야 했다. 컴퓨터는 그 중에서 빠질 수 없었다. 웹에디터도 되어야 했고 운영도 해야 했다. 일은 모래의 여자처럼 반복뿐이었고 나의 긴 정체기였다.


뒤늦게 다시 회계, 워드, CAD, 정보처리 등을 배웠다. 깊이는 없고 단순한 업무를  이해하기 위해서 배웠다. 오직 문서만 존재한다는 듯이 보였다. 파일을 정리하고 실체를 보관하고 오타를 찾아내는 것의 반복이다. 한 기업이 잘 돌아가도록 이어주는 역할이었다. 회사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움직여서 가동 되도록 기름칠을 해주고 연료도 주입해야 하는 것처럼... 그리고 나도 그 부품 중 하나가 된다. 보람은 규칙적인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없었다.


내가 사회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이유는 책과는 다른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필요한 것이지 나에게 기쁨은 아니다. 정직하게 일하려고 한다. 누구에게도 폐 끼치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다. 나에게 안정을 줘서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일부분... 낙오될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도 하다. 누군가에게는 도전과 희열과 행복일 텐데 할 일 없는 소리하고 있어서 멋쩍다.


인생에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일들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 같다. 내 선택의 경계는 이미 마련되어져 있는 것도 같다. 유일하게 내가 벗어날 수 있는 장소는 책 안에서 란 생각도 문득 든다. 내 육체가 이 도시를 이 나라를 떠난다면 나는 이 모든 생각에서 벗어날까 싶다가도 모든 게 제자리에 머문다.... 완전한 해방은 없다고 생각하고야 만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파스칼 메르시어의 <리스본행 야간열차> 1권을 읽은 참이다. 12월에 읽기 시작해서 얼마 전에 마쳤다. 2권을 마저 읽고 나면 나는 답을 찾을 수 있을까를 상상하고 있다. 삶을 일탈한 그레고리우스를 따라갔다. 그가 찾아 나선 프라두를 다 알고 나면, 그가 눈이 부셔 볼 수 없었던 이스파한을 찾아 나서면 이 모든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을까?를 상상했다. 조르바는 이 사태를 보고 뭐라고 할지... 여전히 중간지점이다. 



<이스파한>



삶의 완성이 인간관계... 사랑인지, 가족인지, 자아인지, 소멸인지 모르겠다.... 이 모든 걸 갖겠다고 욕심부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부족하고 허점 투성이다. 소소한 일상에서 누리는 작은 행복이 전부인 듯 살면서도 다른 생을 꿈꾼다. 모두가 영원히 존재할 것처럼 하루를 산다. 이 순간이 전부인 듯... 거짓이고 망각이라고 나를 타이른다. 넘치지 않을 정도로만 이 생을 알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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