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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Sep 25. 2015

하늘의 뿌리Les racines du ciel

자유Liberté

당신의 자유...
하늘의 뿌리
Les racines du ciel


로맹 가리의 책 중에서 가장 먼저 읽어야 할 책을 고르라면 <새벽의 약속>, <하늘의 뿌리>다. 그가 가진 자유와 인간 존엄의 이상을 펼쳐서 볼 수 있었다. 그의 소설을 여러 권 읽었지만 안 읽히는 책 또한 있었다. 그의 시간의 마지막 부분으로 갈수록 받아들이기 어려웠는데 아직... 짐작도 하기 어려운 부분이라서 그런 건지... 알아야 하지만 알고 싶지 않은 부분이었다. 화자가 노년인 주인공들... 마지막의 마지막에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서 강렬하게 살다 오기엔 너무도 끝에 도달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유에 가장 가까운 지점'에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로맹 가리 산문 <인간의 문제> p105 발췌
나는 이 책을 썼으며 실제로 그런 책을 쓴 유일한 사람이고 나만이 그런 책을 쓸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오만한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멸종 중인 코끼리를 살리는 데에 도움을 줄 사람은 수백만 명이 있다. 그런 사명은 내가 없어도 수행될 수 있고, 그런 사람들 없이는 실현될 수도 없다. 내가 첫발자국을 내디뎠기를 희망한다.


                                                                                               

 내게 아프리카는 야생, 환상, 비극의 이미지가 있다. 대부분 텔레비전을 통해서 얻은 이미지이다. 그들도 우리도 서로에 대해 알아내기란 거리만큼이나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책 제목은 <하늘의 뿌리>.... 나는 제목으로 상상하기를... 로맹이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종전 후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제목을 지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로맹 가리는 태생부터 어디 하나 뿌리를 제대로 내리기 어려웠음을 짐작하는데 그가 쓴 생태학적 소설이라니... 그만이 쓸 수 있었던 소설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 책 읽고 나서 든 <하늘의 뿌리>란 가슴으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나를 깨닫게 했다. 인간으로서....

울레지방의 잿빛 언덕이... 그 화석이 된 방대한 짐승 떼... 아무것도 결핍된게 없어 보이는 풍경... (p295)



배경은 프랑스령 아프리카 중앙 차드가 주요 무대인데 문제는 내가 아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바로 공감이다. 아프리카 대륙도 흑인도 나는 어떤 것도 느낄 수가 없다. 이해하고 결국 나를 되돌아보는 것이 나의 책 읽기인데 그 부분이 통하지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로맹 가리 산문<인간의 문제>를 읽었다. 이 책 속엔 <하늘의 뿌리>를 설명해 주고 있어 도움이 되었다. 작가가 주장한 점은 '하나의 민족주의' 그리고 '형제애'였다. 로맹 가리는 뭘 말하고 싶었던 걸까...

백인도, 흑인도, 회색인도, 황인도, 홍인도. 모두 갖게 될 거야. 진흙탕이란 한때뿐이야. 거기서 나오게 될 거야. 넌 보게 될 거야. 마침내 그들에게 폐가 생겨나 숨을 쉬게 되는 것을.(p461)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아프리카엔 식민지 거류자-이방인들과 흑인 부족들의 상아 사냥이 만행됐는데(현재는 20년 내 아프리카 야생 코끼리 멸종 위기에 처해있다.) 프랑스인 모렐은 코끼리 보호운동을 위해 차드에 오게 된다. 발전이란 미명하에 이루어지는 모든 자연 파괴들이 자행되고 있지만 사냥은 그중에서도 가장 추악한 것이기에 그는 그것부터 막기로 한 것이다. 덫에 걸린 코끼리가 말뚝에 찔린 채 며칠씩이나 신음하며 죽어가고, 불사냥으로 한 번에 여섯 마리의 새끼 코끼리가 타죽고, 수많은 코끼리 떼가 때로는 배까지 화상을 입은 채 불타는 초원에서 달아나 몇 주씩이나 고통받는다. 한 해에 삼만 마리의 코끼리가 사냥으로 죽는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모렐은 총을 들고 코끼리를 지킨다.

모든 일은 시작이 필요하지...... (p296)



모렐은 독일 정치범 강제수용소 생활 중에 자신의 동료 로베로가 살아내는 방법을 알려준다. 하나는 아프리카의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에 나타나는 경이로운 코끼리 떼 광경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좀 더 진화되면 자신의 요새 안에서 코끼리를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상상의 숙녀와 풍뎅이를 위한 것.... 단 몇 가지 이유로 그들은 사경을 헤매는 그 와중에 그렇게 죽음을 면하고 인간적 존엄을 버리지 않았다. 나는 4개의 면으로 둘러싸인 이곳을 의식할 때마다 뛰쳐나갈 곳을 그린다. 아무런 파괴 없이 있는 그대로 남겨졌으면 하는 곳이 '그곳'이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프리카를 가로질러 달리는 자유로운 코끼리 떼를, 벽도, 철조망도, 아무것도 거칠 게 없는 수백의, 수백 마리의 경이로운 짐승을, 툭 터진 공간을 가로질러 달려들어 지나가는 길에 모든 것을 뭉개버리고, 모든 걸 뒤엎어 버리는 수백의, 수백 마리의 코끼리를 생각해봐. 살아 있는 한 그 무엇으로도 그들을 멈추게 할 수는 없지. 바로 자유란 말이야! (중략) 달리는 녀석들에게 매달려봐. 그러면 모든 게 곧 나아진다는 걸 알게 될 거야.... (p260)



예수회 타생신부는 차드공화국 포르라미시에 생드니를 찾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로맹의 산문집에서 설명하기를 타생신부를 은총의 첫 징후 찾기를 영원히 멈추지 않았던 사람, 영적 희망을 가리킨다고 말한다. 타생신부의 주된 관심사는 모렐과 미나였다. 미나는 독일 여성으로 포르라미시 차디앙호텔 바걸로 오게 되는데 그녀가 종전 후 독일에서부터 치욕을 숙명으로 여기며 자신의 성을 판다. 러시아 군인과 사랑의 도피를 하려고도 했던 만큼 그녀에겐 남모를 고독과 아픔이 있다. 그녀가 본 아프리카의 너른 초원은 시간의 둘레길을 내려다보는 가녀린 숨이 있다. 미나는 모렐을 위해 탄약을 나르기도 한다. 중죄 재판 중 그녀를 허무주의자라고 결정짓는 사람들이 미웠다....

로맹의 친구, 테야르 드 샤르댕 <밤은 고요하리라> 발췌.p180-181
나는 이 위대한 선장을 좋아했고, 그의 꿈을 꾸는 일도 있었지. 배의 동체와 나침반을 만들고, 그리고.... 목적지까지 스스로 세운 형이상학의 배에 타고 부랑자 같은 옆모습을 보이며 키를 잡고 서서 수평선을 향해 항해하는 모습이었지. 그에게는 마법사 같은 면모가 있었네. 광휘, 미소, 평온....... 그가 그립네. 나는 그에게서 광대한 먼바다 같은 인간의 용모를 빌렸고, 몇 가지 아이디어도 빌려 단단히 소설화했고, 그걸로 그 당시 내가 쓰고 있던 <하늘의 뿌리>의 예수회 신부 타생을 만들었지......



차드의 행정관 백인 생드니는 물질주의로부터 흑인을 구하고 아프리카를 지켜내고 싶어 하는 한 사람이다. 노년인 그의 숭고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흑인들에게서 비치는 냉정한 시선에 공허함을 느끼기도 한다. 모렐을 이상주의자, 인도주의자, 정신이상자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 그의 영웅적인 후일담은 우리에게 희망을 떠오르게도 하지만... 나 또한 모렐을 어떻게 보아야만 하는 것일까?를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아직 모렐식으로 생각할 수가 없다. 내가 코끼리를 위해 총구를 인간에게 돌릴 수 있겠는가?라고 묻는다면 나는 고개를 저을 것이다... 나도 그저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 지를 줄밖에 모르는 인간일 뿐이니니깐... 아마도 머지않아 코끼리의 존재도 알 수 없게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밤은 고요하리라(회고록) 발췌.p150
태연한 얼굴로 슬그머니 나무에게서 무언가를 훔치려고 시도했네. 은밀한 접촉으로 나무에게서 단단함을, 냉정함을, 무심함을, '당신들 모두 내 알 바 아냐'를 조금 뜯어 오려고 했지.(중략) 그렇게 난 북캘리포니아의 거대한 삼나무 발치에 앉아 <하늘의 뿌리>의 인물 생드니를 만들어냈네. 캘리포니아 삼나무들은 최후의 미국인이지.



로맹이 그려낸 모렐은 그의 가상 인물이다. 이 책이 출판되고 실제 그와 같은 인물이 나타나기도 했다는데... 현실이 되는 순간 그는 다른 사냥꾼들의 손에 죽는다. 로맹이었을까 모렐이었을까? 그는 기진한 짐승 떼를 멀리서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유를 얻었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닌 삶을 선택했다. 아무도 돌아보지 않은 코끼리의 죽음을 막기 위해 그는 투쟁을 벌였다. 자신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무엇을 위해서? 코끼리 보호를 위한 투쟁엔 각자 다른 이유를 갖은 사람들이 모였다. 그중 한 사람은 울레족 사람인데 그는 '바이타리'라 불렸다. 반역자, 매국노를 뜻하는 말이다. 서양의 기술발전과 사상을 들여오고자 개혁 운동을 하는 사람인데 아무도 그를 지지하지 않자 세계의 주목을 위해 코끼리를 수백 마리를 죽여 정치적 의미를 부여하려 한다. 프랑스제 바이타리 그 또한 고독한 인간이었다.

아프리카는 지고 다니기엔 너무 무겁소. 게다가 그 짐을 지기에는 우리는 너무 수가 적소.....(p525)



배부른 유럽인의 생각으로 치부되고 자신이 흑인들에게 적의와 공포를 준 이유를 이해하기 불가능했던 모렐은 아프리카의 원래의 모습을 보호할 수 있을까? 코끼리는 걸어 다니는 고깃덩이일 뿐인 아프리카 부족들의 생활수준을 어떻게 해볼 도리도 없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후에 그는 이렇게 말한다. 흑인들에겐 숭고한 변명이라도 있다고 그들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킨다는 것이 자연보호의 일부분인 거라고 말이다.

이 세상에 존속하는 한 코끼리들이 우리와 함께 남아 있기를 원한다면 사람들이 굶어 죽는 것부터 막아야 하오..... 이건 함께 사는 문제요, 존엄성의 문제요. 어떻소, 분명하지 않소?(p437)



모렐이 향하는 그 길 끝에 무엇이 있을지 나도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모두 끔직한 고독 속에 있다. 독일여자 미나, 프랑스 행정관 생드니, 미국 소령 포사이드, 영국 대령 밥콕, 덴마크 자연주의자 페르 크비스트, 탈영병 코로토로, 엥겔레, 이드리스, 아프리카 청년 유세프, 파르그 신부, 미국기자 유대인 에이브 필즈, 울레 지사, 하스 등 모렐을 만나고 그를 지켜보고 그를 돕거나 또는 어떤 이유로  자신도 모르는 마음이 생겨난 이들이 생겼다. 모렐은 밀매상을 습격하고 그들의 농장을 불태운다.


그에게 그럴 권리가 있을까? 


로베로 이야기는 가슴이 아팠다. 모렐과 함께 레지스탕스에 참가했었고, 독일 정치범 수용소에서 우정을 맺었고 그들에게 코끼리떼를 선물했던 그 친구가 자기 농장을 짓밟았다는 이유로 코끼리를 사냥하고 있었다.


그에겐 분명 그럴 권리가 없었다.


삶에 대한 공포, 죽음에 대한 공포, 병에 대한 공포, 무기력해지는 것에 대한 공포, 피할 길 없는 육체적 노쇠에 대한 공포.... (중략) 나는 총을 쏘았고, 그러고 나면 얼마 동안은 해방된 듯한 완벽한 평화를 가졌소. 사살된 짐승은 죽음으로써 나의 축적된 공포를 말살시켜주었지요.(중략) 무엇보다 인간으로서의 왜소함과 무력함에 대한 격렬한 항의였던 것이지요. 그 열등의식을 보상하기 위해 많은 코끼리와 사자를 쓰러뜨려야만 했던 겁니다.(p359)



누구보다 평범했던 외모의 모렐.. 눈빛만은 아름답고 프랑스적인 사내였다고 미나는 떠올린다. 모렐은 누구였을까? 그는 어떤 정치적 목적도 제국의 첩보원도 누가 매수한 사람도 아니다. 자연보호 단지 그것뿐이었다. 언론의 과대 선전의 결과 그는 민중의 참된 영웅이 되어있었다. 자연보호라... 현대적인 나라를 꿈꿨을 20세기 중반 그땐 어려운 과제였고 지금도 어려운 과제이긴 마찬가지이다. 여하튼 숱한 시행착오 끝에 멸종된 짐승과 살아남은 짐승들이 있을 뿐이다.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한 게 한 종족뿐일까? 우리 인간은 괜찮은 것일까?

길게 보면 자유와 인간도 결국 짐스럽게 되는 거요....... 그래서 내가 뛰어든 것이오(p273)
이슬람에서는 '이것'을 '하늘의 뿌리'라고 부르고. 멕시코 인디언들에게는 '이것'이 '생의 나무'
모두들 그 앞에 무릎을 꿇고는 눈을 들어 아프도록 가슴을 두드린다오. 그들은 가슴속에 깊이 묻힌 이 하늘의 뿌리들을 드러내려는 겁니다. 보호 욕구, 정의 욕구, 자유 욕구, 또는 사랑의 욕구에 응하려고.... (p273)



모렐은 아프리카의 맹수 보호에 관한 새 회담이 콩고에서 시작될 예정이어서 그 대표들에게 영향을 미칠 강렬한 방식으로 여론을 끌 '큰 타격'을 감행하기로 한다. 중반까지도 이야기는 희망적인 것이 하나도 없었다. 모렐은 아프리카의 미래에 대해 아무런 환상도 갖지 않게 되었다. 이 책에서 그는 살아남기는 할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가 걷는 길을 나도 함께 걸어갔다. 이유를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사적인 글들 사이로 지나온 길을 떠올린다. 아프리카의 모든 표현이 있는 그대로 공허하고 아름다웠다. 유일하게 오색 연필로 밑줄을 긋는 영광이 내게도 있었다.



침략자들의 생각은 우습게도 똑같다. 자기들이 있었기에 건설되었다는 식 말이다. 그들은 쓰레기 냄새를 맡는데 너무도 길들여져 있다.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라도 구해야 할 일에 직면한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고 모렐은 생각한다. 작가는 하늘의 뿌리가 인간의 마음속에 영원히 뿌리내리길 바란 것인지 모르겠다. 이 글을 읽는 동안 나에게도 하늘의 뿌리가 심어졌을까? 무차별하게 코끼리 사냥을 하며 세속의 영광을 누린 '오르시니'란 인물이 우리의 모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가 마지막에 한말은 '살고 싶소!'(p367)였다. 로맹과 모렐과 함께 걸어온 길은 동물 보호와 자연 보호에 대한 호소뿐이었다. 그 길의 끝엔 인간 보호가 있었다....

나도 '당신을 적극 믿고 있다'고 말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것 같다.(p534)



존엄을 잃은 인간이란 뿌리 뽑힌 나무처럼 죽은 인간이기에 생드니가 말하듯 신화로 만들어내기라도 해야 하는 것이다. 로맹 가리의 관심은 온통 인간에게 있다. 온갖 추악한 행위로 인간의 명예를 추락시키는 것도 인간이며, 그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목숨을 거는 것도 인간이라고 한다. 그는 언제나 인간이 만들어놓은 절망적인 현실을 그리지만, 결코 절망을 얘기하지는 않는다. 그의 눈길은 절망에 맞서 존엄을 지켜내는 인간을 향하고 있다.(p628) - 번역가 백선희는 2500매가 넘는 원고지 분량을 두 해에 걸쳐 이 소설을 번역하고 교정했다고 한다. 프랑스 어느 비평가는 점심 먹고 밤까지 단숨에 읽어버렸다고 해서 부러웠다. 나는 오래도록 길게 읽었다. 아프리카로 들어가는 길목이 너무나도 낯설었다. 지금은 나도 작가를 집요하게 사로잡았던 문제가 무엇이었는지 조금 알 것 같고 그에 대한 애정은 처음과 변함없이 깊다.

나는 개인적으로 그가 언제나 이 언덕에 존재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는 많은 친구를 가졌었고, 점차 그의 주의로 일종의 보호 장막이 처졌기 때문에 그가 패배했다고 상상하기는 어렵습니다.(p354)



모렐은 별들 가운데 실루엣만 남기고 멀어져버렸지만 그가 보여준 것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명확한 생각을 갖게 했다. 아프리카의 끝없이 펼쳐진 지평선에 나타나는 경이로운 코끼리 떼가 눈앞에 떠오르는 한 아직까지 우리 곁에는 거대하고 어설프지만 찬란한 자유가 함께 할 것임을 <하늘의 뿌리>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저자들이 이해했군. 내가 늘 말했지. 절망해서는 안 된다고.(p370)       
서로 꼭 붙어 선 다섯 마리의 코끼리가 먼지 구름을 일으키며 나타났다. 갈대가 녀석들 옆구리를 스쳤다.(p427)
모렐 "네가 대장이 되더라도 코끼리는 보살펴야 돼."(p459)
유세프 생각을 했지요. 그에게 달린 일이었으니까. 그가 이해할 문제였으니...... 그가 선택할 테지요.(p473)
뿌리 깊이 은폐된 채 생명을 부지하던 지하의 봄이, 연약하고 더듬거리는 듯한 수십억 개 싹들의 그 저항할 수 없는 힘으로 대지 표면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p504)




**                                                                                                        

코끼리

"아직 한 마리가 남아 있지. 아주 깊숙이 숨겨놓았지. 그런데 더 이상 녀석을 돌볼 수가 없어....... 녀석에게 필요한게 내게 없어......

네 것들과 함께 맡아줘. 이름은 로돌프야."  "바보 같은 이름이잖아. 난 싫어. 네가 직접 돌봐." 그러나 그가 나를 바라보는 눈초리에 나는 말했죠. "알았어. 네 로돌프 내가 맡을게. 네가 나으면 돌려줄 거야." 하지만 나는 그의 손을 감싸 쥐면서 로돌프가 영원히 나와 함께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죠. 그 후 나는 어디를 가건 그놈을 데리고 다닙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아프리카에 온 이유이고, 내가 보호하려는 것입니다.(p62)


식민지 거류민

사냥총과 허가를 얻을 수단을 가진 사람은 사실 유럽인들뿐이야. (중략) 우리가 없었다면 그것들은 전혀 개간되지 않았을 것이며, 심지어 그런 게 있는지조차도 모르고 있었을 거야..... 우리가 없었더라면 단 하나의 광맥도 발견되지 않았을 거고, 이십 년 동안에 인구가 두 배로 불지도 않았을 거야. 나는 흑인들을 치료해주었고, 먹여주었고, 집을 줘서 살게 했어. 그들에게 일과 집과 야심과 우리처럼 되고 싶어 하는 욕망을 심어주었어. 나는 그걸 모두를 위한, 무엇보다 아프리카인들을 위한 아프리카 건설이라고 부르지.(P346-347)



**  

<인간의 문제> 산문집 '인간적 여지' p23 발췌

하늘의 뿌리 책 말미에 나의 생각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구절이 있습니다. 풍뎅이 일화지요. 집단 수용소에서 무거운 시멘트 자루를 짊어진 정치범이 지나가다가 뒤집혀서 버둥거리는 무력한 풍뎅이를 보고 온몸을 짓누르는 짐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힘을 내어 허리를 숙여 풍뎅이를 뒤집어주었다는 이야기지요. (중략)


절대적 진리...... 인간에 대한 절대적 진리, 이런 것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과연 인간이 그것을 견딜 수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아요. 형이상학은 피합시다. 다만 그다지 우리를 얽매지 않은 데에서 인간은 멋진 오류로서 살 수 있는데 굳이 제 발로 나서서 그것을 고치려 한다면 진실로 어리석은 짓일 겁니다. 우리를 구속하는 것은 거짓이며 우리를 그럭저럭 자유롭게 방치하는 것이 진리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그때그때 자신을 만드는 영원한 즉흥주의자라서 진실 앞에서뿐 아니라 오류 앞에서도 머리를 조아리면 안 되고 단지 자신의 착각 가능성에 대해서만 머리를 숙일 뿐입니다.


**                                                                   

<공쿠르상 수상 소감 중에서>

저는 공쿠르 상을 수상한 기쁨과, 제가 제 책에서 옹호한 자유와 인간 존엄의 이상이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확인하는 슬픔 사이에서 몹시 고뇌하고 있습니다.


이 순간, 인권을 존중하게 하기 위해 세계 모든 작가들이 입을 모아 호소하는데 핵무기라는 대답밖에는 듣지 못하고 있습니다. 1936년부터 제가 손에 무기를 들고 지켰던 것, 저는 그것을 제 삶과 작품을 통해 계속 지켜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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