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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훌리아 Sep 25. 2015

인간의 문제L’affaire homme

포착Attraper

인간의 문제
L’affaire homme


그의 소설들을 읽는 동안엔 로맹 가리 자신은 언제나 저 뒤편 어딘가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훨씬 진지하고 그가 생각하는 것 말하려는 것을 짐작하기 위해 많은 것을 그려본다. <인간의 문제>에서 그의 목소리는 다소 조급하고 거칠고 나쁘다고도 느꼈는데 나는 그런 것들을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으로 들어가기 전의 글귀가 있다. 【나는 오로지 하나의 걱정밖에 없어요. '포착'. 세계를 포착하고, 나의 인물을 포착하고, 독자를 포착해서 나와 함께 끌고 가서 강렬하게 살게 만드는 것. 그리고 삶과 인간에게 신성한 것을 옹호하는 것.】 나는 그의 포착을 추적하는 자로 그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한동안 멈추지 않을 것 같다. 그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포착하고 나는 그것을 추적한다. 그 거리는 좁혀졌을까 싶지만 여전히 나는 그와 큰 대양을 가운데 두고 있다.

  


<인간의 문제>는 <하늘의 뿌리>를 썼던 시절인 1957년부터 그가 죽은 해인 1980년까지 로맹 가리가 여기저기에 발표한 무수한 글을 한 권으로 묶은 최초의 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나는 <하늘의 뿌리>를 읽는 중이고 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가 무엇을 생각하고 말하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종전 후의 식민지였던 나라에 거류민들의 대한 시선이 아마 그가 말하던 포착의 순간이란 생각이 든다. 로맹 가리는 청소년기에 가출을 가맹하면서까지 아프리카로 가서 어떤 운동을 펼치기도 하는데 그는 다소 죽음을 각오하는 대범함의 치기를 보이기도 한다. 내 기억이 엉뚱하게 그를 만들어 내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갑자기 들었다. 내가 읽었던 글이 사실인지 아닌지 금방 분명치 않음을 느낀다. 아무튼 그가 아프리카와 흑인을 사랑한다는 것을 글의 여기저기에서 볼 수 있다.



이야기의 시작은 '인간적 여지'였다. 알제리, 헝가리, 수에즈 사태에 대한 언급과 인간적 여지 사이에서 난 무척 혼란스러웠다. 그 사태에 대해 나는 알지 못했고 나중에서야 우리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음을 알았다. 독일과 일본에 의한 1.2차 세계대전과 그로 인한 20세기 세계 역사의 이면에 대한 것이다. 로맹 가리는 친구 사이였던 알베르 카뮈에 대한 기억을 그의 글에서 찾아 '어떤 것'을 설명하려고 한다. 또 친구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페스트, 알베르 카뮈>
오늘날 아랍인과 프랑스인의 희생자가 대략 30만 명에 이르렀다. (중략) 식민주의, 민족주의, 인종주의, 공산주의, 파시즘 이 고약한 사상들이 우리 뇌의 가장 음습한 곳에서 우글거리며 증식할 것이다.
인간에게 걸맞은 문명이라면 그 문명 스스로 인간에 죄의식을 느껴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진리란 그 자체를 가늠하는 것이지 진리의 이름으로 살인을 저지르는 것은 아니란 말만 기억난다.(p90-94)

알베르 카뮈는 스페인 피가 절반이 섞인 알제리의 몽도비에서 태어났다. 그는 지중해 햇살에 대한 깊은 사랑 때문에 그가 그늘과 어둠에 유난히 민감했던 사실을 로맹 가리는 기억하라고 한다. 묘한 사랑의 역사.. 그래서 알베르 카뮈는 '페스트'를 쓴 것이란다. 나는 어느 순간 어떤 책으로 돌파를 해야 될지 망설이고 있었다. 뭐 돌파는 나의 시시한 놀이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그러던 중 로맹 가리를 만났다. 그의 글을 읽고 나서 그의 말대로 강렬하게 살다 나오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그처럼 나의 환심을 샀던 작가가 있었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리뷰를 가장 많이 읽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의 책을 읽어보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 순간 정말 읽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조만간 그의 책을 읽어 볼 계획이다. 그런 계획이 생겨서 솔직히 기쁘다.                                     



관심 있었던 또 하나의 이야기는 <하늘의 뿌리>의 주인공 '모렐'은 허구 작품에 창조된 인물인데 로맹 가리가 집필을 마치고 원고를 편집자에 발송되기 딱 1년 전에 '라파엘 마타'라는 프랑스인이 실제로 코끼리 학살을 막기 위해 아프리카로 갔다고 한다. 밀렵꾼들에 의해 살해되고 마는데.. 이것을 두고 로맹 가리의 영감을 준 것이라는 설이 굳어 역사적 사실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민족주의 지도자 '바이타리'도 허구의 인물인데 출판된 후 몇 년 뒤에 그와 같은 인물이 우후주순처럼 나타나 연설한 것들조차도 그가 그들을 모델로 삼았다는 소문까지 돌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유일하게 관련 없는 허구의 인물은 예수회 '타생 신부'인데  나도 그가 왜 차드의 포르라미까지 가서 모렐과 미나의 흔적을 되짚었을까 이다.. 아직 읽는 중이라서 그 의미는 남겨두고 있지만 여기에서 로맹 가리는 '영적 희망'이라고 귀띔해준다. 타생신부는 은총의 첫 징후 찾기를 영원히 멈추지 않았던 사람이라고 말한다.



로맹 가리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겨있다. 그는 일반적인 인간 문제 전반에 관해 자신의 입장 표명, 해설, 성찰, 분석하고 있다. 그의 사유의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물론 다 이해하진 못한다. 이해를 다 바라지도 않는다. 그런 건 희망사항이다. 조금씩 알아가는 것만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로맹 가리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구나를 알았을 뿐이다.  



로스엔젤레스의 폭동과 핵 위험 혹은 세계 인구의 60퍼센트가 굶어 죽는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아름다움이란 갈수록 우리가 품위 있게 자족할 수 없는 상상적 도피의 땅이 된다. 그 결과, 사르트르 같은 사람은 분개하며 문학에 등을 돌렸다. 폭동을 오로지 인종적 문제로 돌리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똑같은 종류의 폭동이 똑같은 증오심, 방화, 살인을 동반해 러시아, 바르샤바, 영국 해안, 스웨덴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탈신화화, 초절멸, 신화의 파괴 속에서 발생한 허무와 공허와 극단주의의 결과다. 이것은 로미오와 줄리엣, 돈키호테, 안나 카레니나, 무슈킨 왕자, 혹은 그 어떤 위대한 '거짓말쟁이' '사기꾼' '위조범' '마술사'로 불신을 일으킬 것이다 (p127-132)



인간의 문제 중 <나는 디플로도쿠스다>에서 발췌
인디언, 그들은 '별' 혹은 환각성 약초를 그들에게 절대적인 것의 단백질을 공급하는 완벽한 해결책으로 애용했다.(중략) 그렇다. 인간은 그들이 존재한 이래로 별을 먹었다.......<별을 먹는 사람들>은 아마도 3부작의 첫 번째 얼굴이고 뒤에 나올 작품들은 등장인물이나 사건이 아니라 주제의 일치를 유지할 것이다. 두 번째 작품은 <게리 쿠퍼여, 안녕>이다. '선'이 무엇인지 알아 무사태평했던 착한 영웅들과 이별을 고하는 작품이다. 그것은 세계와 의혹에 직면한 미국인 부부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사건의 배경은 스위스라는 중립적 공간에 두었다. 그리고 <대양의 형제>라는 다른 연작도 있다. (중략) 나는 동시에 여러 작품을 쓴다. 프랑스의 얽히고설킨 파벌주의는 다른 어느 곳 보다 지독하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스가나렐을 위하여>에서 이야기했다.(p136-138)       



로맹 가리는 글쓰기를 통해서 풀어내고 싶은 현실이 많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 시대에서 조금도 비켜나지 못한 지금을 그가 본다면 뭐라고 할까? 무지로 인해 나는 보호받고 있는 지도 모른다. 어쩌면 무서워서 벌벌 떨고있는지도... 그는 우리 미래를 가로막는 진정한 위험은, 무관심한 대중이라고 가리킨다.



<로맹 가리의 악몽>
26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여전히 내가 놓친 잠수함에 대한 꿈을 꾼다. 나는 식은 땀에 젖어 비명을 지르며 깨곤 한다. 왜냐하면 내가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나치에 대한 신념, 그리고 내가 무슨 이유로 싸워야 하는지에 대한 믿음이 너무 절대적인 나머지 나는 훈장으로 도배된 살인 기계로 변한 것이다. 오늘날까지도 고통스럽게 추상적인 나의 후회는 내가 추호도 후회하지 않는 것으로부터 유래한다.(p175)

오늘날에는 개인의 무가치, 무존재의 감정으로 악화된 인간 인플레이션이 존재한다. (중략) 인구 폭발로 문자 그대로 세상에 내던져진 이 젊은이들은 전 세계에 퍼졌으며 인도로 간 이는 3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p189)

개인의 악화는 그결과로서 갈수록 '공동 체험'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마약은 이 '연합'에 분명한 역할 을 할 것이다. 문명은 다양한 생산과 분배의 초대형 사회적 구조의 내부에서 제각기 특정하고 다양한 삶의 규칙, 신앙, 취향과 관습에 따라 구성원을 모집하는 세포, 종파, 혈맹, '형제단'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소규모 사회로 진화한다.(p215)

나는 수소폭탄의 아버지라는 자의 삶의 선언을 읽었어요. 그는 자신의 폭탄이 유발할 피해에 추호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어요. 기가 막힌 일입니다! 학자들에게도 똑같은 광기가 존재해요.(p280)

성의 기술 관료화, 성의 기계화 및 그 부품화가 우리를 정서적 사막으로 인도했다는 것은 불행히도 너무 분명하다. 관능과 감수성의 분리는 인간 존재란 두 개의 공허를 합친 것에 불과하다는 이분법으로 귀결된다. 영혼의 죽음이다.(p306)                                                                                         



오늘날에는 개인의 무가치, 무존재의 감정으로 악화된 인간 인플레이션이 존재한다. (중략) 인구 폭발로 문자 그대로 세상에 내던져진 이 젊은이들은 전 세계에 퍼졌으며 인도로 간 이는 3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p189)

개인의 악화는 그결과로서 갈수록 '공동 체험'을 추구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마약은 이 '연합'에 분명한 역할 을 할 것이다. 문명은 다양한 생산과 분배의 초대형 사회적 구조의 내부에서 제각기 특정하고 다양한 삶의 규칙, 신앙, 취향과 관습에 따라 구성원을 모집하는 세포, 종파, 혈맹, '형제단' 등으로 구성된 다양한 소규모 사회로 진화한다.(p215)

나는 수소폭탄의 아버지라는 자의 삶의 선언을 읽었어요. 그는 자신의 폭탄이 유발할 피해에 추호도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어요. 기가 막힌 일입니다! 학자들에게도 똑같은 광기가 존재해요.(p280)

성의 기술 관료화, 성의 기계화 및 그 부품화가 우리를 정서적 사막으로 인도했다는 것은 불행히도 너무 분명하다. 관능과 감수성의 분리는 인간 존재란 두 개의 공허를 합친 것에 불과하다는 이분법으로 귀결된다. 영혼의 죽음이다.(p306)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해줬다. 어떻게 세상을 바라봐야하는지를 나의 시선을 그곳에 닿게 해주었다. 20 몇년간의 그의 녹취록을 틀었기에 기록이 되어가고 있다. 불평이 아니라 그냥 그렇다는 것이다. 희망을 보고 싶다.  

                                                                                                                                        


볼리비아의 안데스산맥에서 굶주린 농부에게 내가 건네주었던 식량을 개와 나눠 먹고 뼈만 남은 그 커다란 개를 등에 업은 채 산으로 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 행동에는 그 어떤 합리주의도 끼어들지 않았다. 우리가 '인간적'이라 부르는 것만이 있을 따름이다.(p221)

어떤 진보적 정권도 젊은이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다. 정치는 산을 옮기지는 못하겠지만 정치인을 움직이게 하는 데에는 놀랄 정도로 효과적이다. (중략) 우리 앞에는 우리가 전혀 혹은 거의 아무것도 모르는 생명, 그 거역할 수 없는 생명의 힘이 놓여있다.(p233)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면 연극, 영화, 소설과 같은 우리의 예술은, 마치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다는 듯 감히 영혼과 가슴에 대해 말을 꺼내는 몇몇 젊은이들의 목소리에 도피해 있는 저 불멸성 속에서 영감과 다산성을 찾으러 나설 것이다(p309)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고 하는데..이것을 뭐라고 해야되나? 옮긴이의 말로는 독자와 마주한 뒤풀이쯤으로 생각하라는데...어쩌면 로맹 가리는 자신의 말을 다 주어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모순 덩어리'라고 했을까... 유머를 겸비한 즉흥시인이다. 내가 봤을 땐 그렇다. 그는 어느정도 여성성도 있다! 여성성을 존중해 준 일을 고맙게 생각한다. 그가 일관된 육성으로 약자, 소수자, 아름다움, 순수, 정의를 옹호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줘야 마땅하다....



<로맹 가리 출생의 이야기>
일곱 살까지는 러시아의 동화와 전설이 그 이후 푸시킨과 고골의 이야기, 그리고 내가 보기에 한 세기 가운데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시인인 알렉산드르 블로크의 시였어요. 러시아혁명 이후에 우리는 폴란드에 와서 7년을 살았어요. 폴란드에는 독특한 문화, 몹시 심부를 파고드는 문화가 있었어요. 특히 슬로님스키, 마투친스키, 비나베르의 예리한 역설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서구에 알려지기 30년 전에 나는 곰브로비치를 폴란드어로 읽었어요.

열네 살에 프랑스로 와서 4학년으로 입학해 학업을 이어갔습니다. 법학사를 마친 후 공군에 입대했고요. 8년간 비행사, 공군학교에서 비행 사격 교관 노릇을 했고 드골의 자유프랑스에서 5년 동안 공중전에 참전했어요. 나는 프랑스 문화에 젖었었고 그 이후 나의 문화적 여정의 마지막 단계인 미국에서 외교관으로 10년을 보냈죠. 여러 나라에서 프랑스를 대표하는 외교관 생활을 했으며 마지막에는 캘리포니아 총영사로 근무했어요. 직장생활을 마친 후 나는 미국 신문, 주로 <라이프>지에서 이른바 대기자로 일했어요.

이러한 모든 문화적 '비타민'이 나의 작품에 자양분을 제공했다고 봐요.(p255-256)   

                                        

                                                        

 - 인간과 관련한 문제에 '최종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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